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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주택 고통 더 키울 ‘反시장 장관’ 지명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24차례 반복된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오르고 있는 전국이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집권 4년 차에 대통령이 내린 처방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카드였다.

 

후임으로 지명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주택정책을 전공한 교수 출신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체제에서 SH공사 사장을 지내면서 재건축·재개발보다 도시재생 정책으로 아파트 공급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그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함께 한국공간환경학회 활동을 통해 경제 논리로 움직이는 부동산시장을 정부가 개입해 주거복지 차원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서울연구원과 세종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김 실장과 함께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실질적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그 자체로 대국민 메시지의 기능을 한다. 변 장관 지명은 현재 부동산정책 문제를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시각을 웅변한다. 대다수 국민이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김 장관의 국토부가 시행한 정책이 실패했고, 더 늦기 전에 정책 방향부터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문 정부는 결코 실패로 보지 않는다. 정권 초기, 무슨 일이 있어도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한 대통령의 말을 믿고 있다가 무주택 서민들은 끝없이 오르는 아파트 값을 보고는 망연자실한다. 정부의 장담에도 자고 나면 ‘억’ 소리를 내면서 오르는 아파트 값이 더 오를 것이란 예상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 눈을 씻고 찾아도 전세를 구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 나가는 사람들이 쏟아져도 문 정부에는 일시적 현상일 뿐 결코 정책 실패가 아니다. 그 직접적 증거가 변 사장을 국토부 장관에 지명한 것이다.

 

변 지명자가 주택정책 전문가임은 틀림없으나, 과거 그의 발언이나 저서, 논문 등에 나타난 부동산에 대한 시각은 토지 공개념을 넘어 사회주의에 가깝다. 그는 주거복지의 시각에서 부동산과 주택 문제를 바라보며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모두 불로소득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사유재산권에 기초한 헌재나 대법원 판결은 모두 뒤집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그는 자가 주택 보유율이 높을수록 주택 가격 하락에 저항하는 보수적 성향을 띨 확률이 높고, 고령자일수록 보수 정당 지지율이 높은 것은 각종 개발사업과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해 자신들의 주택 자산 가치를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주택시장이 문제의 근원이며,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은 급격히 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변 지명자의 주장이나 행보를 종합할 때, 앞으로도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과 전문가들의 기대와는 달리 훨씬 강도 높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 지명을 통해 문 대통령은, 부동산 및 주택정책을 ‘사실과 현상’이 아니라 ‘가치와 이념’의 입장에서 더 강력히 추진할 것을 다시 한 번 주문한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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