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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맹우 한나라당 예비후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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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사 후보 연쇄인터뷰 울산시장【1】한나라당 박맹우
태화강을 세계하천으로 국제적 자동차도시 구상
국립대 설립 본 궤도로
[조선일보 2006-04-15 07:36]
한나라당 울산시장 공천자로 확정돼 재선에 도전하는 박맹우(朴孟雨·56) 현 시장은 “정치인답지 않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뚝배기 같이 은근하고 투박한 스타일 때문이다. 반 박자쯤 뜸을 들인 뒤 말을 꺼내는 화법과 말투가 그렇고, 악수할 때 내미는 작고 두툼한 손과 매사 진지한 얼굴 표정이 그렇다. 스스로도 “세련된 정치인이란 평가보다 일 잘하는 시장이란 말이 듣기 좋다”고 한다.
‘재임기간 동안의 소회(所懷)를 말해달라’며 가볍게 건넨 질문에 “울산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진지한 진단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어떤 상황이라는 말인가.
“울산공단 조성 후 40년이 흘렀다. ‘한국 산업발전의 견인차’라는 명예를 얻었지만 공해로 찌든 상처도 깊고 크다. 주력 산업들의 성장동력도 한계점에 근접했다. 재충전이 절실하다. 다시 도약하지 않으면 주저앉고 만다. 또 간신히 되살아나고 있는 태화강에 더욱 싱싱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맑은 공기도 되돌려 줘야 한다. 향후 5년이 고비다. 능력 있는 ‘일꾼’ 시장이 절실한 이유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꾼’을 말하는가
“일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손과 발 그리고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불철주야 울산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려내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어디든 달려가고 누구든 만나 설득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시장은 허황된 관념을 실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땀과 노력은 주어진 운(運)도 바꿔놓는다. 시장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울산의 미래가 바뀐다.”
―스스로는 어떤 일꾼이라고 생각하나.
“지난 4년간 시민들에게 ‘울산도 살 만한 도시’라는 자긍심을 안겨줬다고 자부한다. 태화강을 2급수 수준으로 되살려 내 수영대회까지 열었고, 울산대공원을 비롯한 도심 공원들을 잇달아 개장했다.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서 울산의 달라진 환경을 자랑하는 단계까지 왔다. 울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도 큰 성과를 거뒀다. 울산국립대와 고속철도 울산역을 유치했고, 최첨단 PDP 생산라인과 대우버스 공장도 유치했다.”
―전임자들이 뿌린 과실을 수확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후임자는 전임자의 공(功)도 넘겨 받지만 부채도 짊어져야 한다. 능력 있는 후임자는 전임자의 공은 공대로 알차게 결실을 맺고, 부채도 새로운 희망으로 바꿔 놓는다. 강동·일산 개발, 효문공단 재정비 등 전임자들이 20~30년씩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무난하게 풀어냈다. 재임 중 시민들의 시정 만족도가 70~80%에 달했다. 무위도식하면서 이런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중앙을 무대로 한 ‘큰 정치력’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요란하게 중앙을 드나드는 것이 큰 정치인가. 울산을 위한 일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누구와도 만났다. 4년 전 5000억원대였던 울산의 국가 예산 확보액이 올해 1조원을 넘어섰다. 정치력 없이 가능한 일이겠는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어떤 일들을 해보고 싶은가.
“태화강을 세계적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데 더 매진할 것이다. 산업화에 비해 소홀했던 국제화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지난해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가 최초의 국제 행사였을 만큼 취약한 분야다. 세계자동차도시연합 발족과 국제 규모 축제행사를 구상하고 있다.”
―선거 준비는 어떻게 돼 가나.
“당내 경선 없이 본선에 나가게 돼 출발이 순조로운 편이다. 그러나 쉬운 선거는 없다. 4년 동안 밤낮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아 온 열정을 시민들이 냉정하게 평가해주리라 믿는다. 한 번 더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을 갖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인터뷰 내내 박 시장 집무실 한 쪽에서 귀뚜라미가 울어댔다. 폭 30㎝, 높이 20㎝ 가량의 유리상자 두 곳에 담겨 있는 수십 마리의 귀뚜라미들이 내는 소리였다. 지난해 가을 울산대공원에 곤충생태관을 짓기로 하면서 ‘환경시장’의 각오를 잊지 않기 위해 들여놓았다고 한다. “겨우내 온도와 습도 조절을 잘 해줬더니 많이 살아 남았다”며 웃었다.
경력 울산광역市 뼈대세운 '뚝심 행정가'
박맹우 울산시장과 함께 일해 본 공무원이나 기업인들은 “뚝심이 있다”고 평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호탕한 배포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자신의 뜻대로 일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스스로를 “시스템을 중요시하는 합리적 보수”라고 말했다. “공공행정은 인기에 영합해 무모한 변화를 시도하거나 개인기에 의존하다 낭패를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란다. “충분한 협의를 거쳐 납득이 되면 그 범위 안에서 고쳐나가는 스타일”이라 했다.
박 시장은 울산 토박이다. 중구 다운동에서 태어나 삼호초등과 울산제일중을 다녔고, 부산으로 유학해 경남고를 나왔다. “사춘기 시절, 지독한 고뇌와 방황의 늪에 빠졌었다”고 한다. 뒤늦게 군을 제대하고서야 26세의 늦깎이 대학생(국민대 행정학과)이 됐고, 31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때 이후 좌절하지 않는 끈기가 몸에 뱄다”고 한다.
공직에 들어선 이후 내무부 종합상황실장, 경남도 기획관, 경남 함안군수를 거쳐 1997년 울산광역시 승격 때 고향으로 돌아왔고, 기획실장과 내무국장을 맡아 새 출발하는 광역시 행정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주도했다.
공직생활 20년째인 2002년 지방선거에 출마, 3급인 울산시 건설교통국장에서 단숨에 광역단체장을 꿰차는 기염을 토해 화제가 됐었다. 당시 52세로 최연소 광역단체장 당선 기록도 세웠다. 학업의 끈도 놓지 않아 2001년 행정학석사(경남대), 지난 3월 행정학박사(동의대) 학위를 땄다.
공약 박맹우 후보의 공약 핵심 테마는 ‘역동의 산업수도, 에코폴리스 울산’이다.
한국 최대 산업도시로서의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행정과 기업활동, 시민생활 전 분야에 ‘환경마인드’를 도입해 산업과 환경이 공존하는 생태산업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비전이다. 문화·예술·복지 분야 투자를 확대해 경제 수준에 걸맞은 삶의 질을 확보하겠다는 ‘행복도시 건설’도 공약의 큰 줄기다.
이를 위해 ‘울산 비전 2020’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최대의 산업도시를 일궈 낸 산업 역군들에게 휴식과 행복을 주고, 세계적 기업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실천 계획을 담아낼 것”이라고 한다.
세부적으로는 내년부터 본 궤도에 오를 울산국립대 설립과 혁신도시 건설,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세권 개발 구상이 있다. 2012년 지역 수출 1000억달러 달성을 위한 기업 지원 전략도 포함된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 고도화 계획과 태화강 생태계 복원 등 생태산업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실천 계획 등도 주요 내용이다.
글·사진=김학찬기자 chani@chosun.com
입력 : 2006.04.14 22:47 46' / 수정 : 2006.04.15 07:35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