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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토크 人] '인형을 재구성하다.' 도병규 작가 인터뷰

우리가 흔히 어린 시절에 접했던 ‘인형’이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귀여운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병규(회화03) 작가에게는 어린 시절에 접했던 ‘인형’이 그리 귀여운 이미지로 남아있지 않다. 작가는 본인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자연스러운 경험과 상상들을 통해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는 성적 욕망과, 가학적 행동, 발칙한 생각들을 캔버스 위에 풀어내고 있다. 한국 미술계를 짊어질 신진 작가로 촉망받고 있는 도병규.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자.

미디어 아트를 공부하고 국민대학교 미술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전공을 다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디어 아트를 전공하면서 현대미술에 사용되는 다양한 매체를 경험했다. 목공조형에서 용접기술, 비디오 아트에서 하이테크를 이용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매체를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당시에는 비디오 아트와 설치미술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주로 영상작업이나 설치미술을 했지만 회화를 전공한 후에는 주된 작업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매체가 달라졌을 뿐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다. 회화나 조각을 전공한 후에 미디어 아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나처럼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회화를 전공하는 경우도 적진 않다. 어떤 전공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하느냐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미디어 아트를 전공할 때도 회화로 표현하고 싶은 작업들이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좀 더 회화에 대해 깊이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여러 대학 중에서 내가 가장 배우고 싶은 교수님이 계신 학교를 찾았고 지원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국민대 미술학부에서 공부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은 무엇인가?

우리학교 미술학부에는 독특한 커리큘럼이 있다. 3학년 2학기부터 매우 바빠지기 시작하는데 설치전과 과제전을 비롯해서, 4학년때는 개인전과 졸업전시 두 번의 커다란 행사를 치르게 된다. 수차례의 전시를 미리 기획하고 체험하게 되는 셈이다. 타 대학에서는 4년간의 결실을 대표 작품 한 두점으로 보여주지만 우리학교는 부스를 만들어서 전시를 하는 형태이다보니 최소 5점에서 많게는 10점 이상의 다작(多作)을 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학부시절에 전시경험을 풍부하게 해 본 것이 작가활동을 하면서 매우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작가는 개인적인 유년기의 체험과 인형들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으로 작품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작품 속에 많은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을 것 같은데, 작가에게 있어 어렸을 적 기억이란?

유년시절은 내 작업의 동기, 즉 모티프(motif)다. 누구나 어릴적 잠자리 꼬리에 실을 매달거나 개미를 돋보기로 태워 죽이는 등의 가학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게도 이런 경험이 있는데 시골에서 자란 내게는 그 대상이 ‘개구리’였다. 개구리를 괴롭힌 것도 모자라 때로는 스스로 괴롭힌 동물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기도 했는데 현재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이었다. 유년기는 유리컵처럼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 같은 가녀림과 깨진 후에 상처를 내는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시기는 파괴적 본능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시(詩)적이다. 한편의 시 속에는 무수히 많은 메타포(metaphor)가 존재하는데 유년기는 그 시기 자체가 한편의 시가 되고 드라마가 된다. 내 유년시절은 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소스가 되고 있다. 

작품을 제작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유년시절이 지니는 복합적인 아이러니와 드라마적인 요소의 연출, 역설적 은유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같은 곡을 노래해도 가수마다 다른 감성을 전달해 주듯이 작가도 자신의 언어를 구사하는 방법이 다르기 마련인데, 나는 인형의 상황연출을 통해서 나만의 언어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관객들이 내 작품을 봤을 때 극사실회화, 혹은 포토리얼리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기법적인 부분보다는 작품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관객들이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내가 사용하는 기법이나 표현은 그저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현재는 회화를 통해서 풀어가고 있지만 언제든 매체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부분 어린아이의 얼굴과 인형이 등장한다. 인형이나 피규어등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취미가 있나? 아님, 피터팬 증후군인가?

작가활동이나 사회 활동을 무리 없이 하고 있는 걸로 봐서 나는 피터팬 증후군까지는 아니지만 외골수적인 성향이 있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는 성격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혼자 놀기를 좋아한 탓인지 장난감이나 인형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키덜트’(kidult)라고 생각한다. 작업의 소재로 인형을 사용하게 되면서 인형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고 하나둘 수집하다 보니 꽤 많은 양의 인형이 생겼다. 한번은 인터넷 설치 기사님이 내 방에 들어왔다가 남자 방에 인형이 잔뜩 쌓여있는걸 보고 매우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기도 했다. 지금은 장난감이나 인형을 박스에 보관해둔다. 인형 이미지로 작업을 하다 보니 생일날 인형을 선물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서른이 넘은 남자가 인형을 선물 받는다는 게 좀 우스꽝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작품에 사용되는 소재기 때문에 감사히 받고 있다.

작품에서 보여 지는 끈적끈적한 액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성적인 것이 연상되기도 하고, 타액 같기도 하다.

액체에 대한 첫 번째 연결고리는 내 유년시절 가학의 대상이었던 개구리에서 온 것이다. 개구리를 만질 때 표피에 덮여있는 끈적이는 점성의 액체는 태양이나 외부 환경으로부터 개구리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작품 속에서 액체의 의미를 한가지로만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나 외부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 듯싶다. 점액질은 성적 상상이나 욕망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상상의 여지를 주기 때문에 작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작품 속 인형들은 무표정하다. 하지만 저마다 다르게 취하고 있는 제스처들은 어떤 의미를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인형이라는 대상은 합성수지로 만들어낸 피조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형은 사람을 쏙 빼닮은 모양새 때문에 감정이입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 되며 죽어있는 사물인 정물(靜物)에서 정서가 담긴 물건, 정물(情物)이 된다. 인형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드라마틱한 구성을 통해서 은유적인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이나 퀭한 눈을 통해서 무기력한 자아의 심리상태나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세세한 설명보다는 관객이 작품을 직접보고 자신의 심리상태에 비추어 해석해 본다면 재밌을 것이다.

 

작품의 재료는 거의 mixed media(혼합매체)로 표기되고 있다. 재료 부분이 궁금하다.

장난감이나 프라모델을 채색할 때 사용되는 도구인 에어브러쉬와 아크릴 잉크를 사용하고, 유화물감과 붓을 사용해 세부적인 묘사를 한다. 때로는 공업용 도료를 혼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적 표현을 하기 때문에 간혹 사진 위에다 페인팅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는데 사진매체는 아직 작업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붓질 자국도 보이고 손으로 직접 그려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재료를 혼합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작품 재료는 대부분 mixed media(혼합매체)로 표기했다. 하지만 올 해부터는 상세히 재료를 표기할 생각이다.

 

현대 미술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비 전공자가 보기에 다소 어렵고 난해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현대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미술을 보는 감상법이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작품을 감상한다면 접근이 훨씬 쉬울 것이다. 인터넷이나 대중매체에서도 미술에 대한 많은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료에 대한 검색이 매우 편리해졌다.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작품의 평론을 참고해 본다면 전반적인 작품의도를 이해하기가 쉽다. 하지만 때로는 전문가의 글이나 기사보다 관객 스스로가 백지 상태에서 작품을 대면했을 때 자신에게 다가오는 감동이 있다면 그것은 더욱 값진 체험이 될 수 있다.

 

현재 인형의 이미지로 작업을 하고 있다. 차후 작업의 방향성이나 계획에 대해 알고 싶다.

작업의 첫 출발은 나의 개인적인 유년기의 체험과 인형들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으로 이야기를 구성하였는데, 두 번째 개인전에는 좀 더 사회적 구조의 역설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확장해 갈 예정이다. 인형이라는 소재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지만, 표현은 더욱 다양해 질 것이다. 현실에서는 체험하지 못하는 상상속의 이미지를 초현실적 표현기법으로 풀어갈 생각이다. 입체작품이나 영상작품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발표할 예정이다.

 

앞으로 있을 전시 계획을 소개해달라.

3월 뉴욕첼시에서 열리는 ‘KOREAN ART SHOW'와,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아 작가를 소개하는 'Let's bounce'에 참여한다. 5월에는 ‘My love my self’ 인사갤러리, 7월에는 유진영 작가와 2인전이 예정되어있다. 이후 하반기에는 두 번째 개인전을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약 15점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사회 속에서의 자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다. 일정과 장소는 현재 협의 중에 있다.

 

도병규


 - 개인전

2008

[페티시라마], 그문화 갤러리, 서울

 

- 단체전

2010

[KOREAN ART SHOW], 뉴욕 첼시, 미국

[Let's bounce], 바네사 아트링크,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adieu! my ugly childhood], 라이트 갤러리, 서울

2009

[CH-R-I-ST-MAS_잠재성展], 어반아트 갤러리, 서울

[해석에 반대한다], 인터알리아, 서울

[SEEING BEYOND SEEING (도병규, 배민영전)], 표갤러리, 서울

[홍콩국제아트페어], 홍콩 컨벤션 센터, 홍콩

[해치 퍼레이드2009], 서울도시갤러리, 서울

2008

[N,G,A,F_서교난장], 그문화 갤러리, 서울

[Dusty answer], 국민아트갤러리, 서울

[ASYAAF] 구 서울역사, 서울

[개인전 프로젝트-페티시라마], 국민아트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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