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인! 국민인!!
[2007 문화] 신년의 꿈④공예가 심진아 / (대학원 금속공예학과 03) 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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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책상 위 전화기에 버튼이 몇 개 있는지 아세요?" 그가 엮은 주전자는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 접시에는 어떤 음식도 담을 수 없다. '담아낸다'는 기능이 박탈된 셈.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심진아는 "아무 기능도 없는 것이 오히려 기능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이라면 모두가 뒤돌아보겠지만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물은 그저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접시는 음식을 담고 전화기는 전화를 거는 기능으로만 대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일상의 사물들에서 기능을 제거한다면 한번쯤 돌아봐주지 않을까요." 그는 새벽 같이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주던 어머니가 자리에 눕고 난 뒤에야 고마움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를 이야기한다. 굳이 금속 와이어를 손으로 짜고 엮는 반복행위를 택한 이유는 시각적 새로움을 더하기 위해서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선구조는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항상 정장차림만 하던 남자친구가 어느 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다고 생각해보세요. 익숙한 상대가 새롭게 느껴질 때의 설렘. 제가 일상의 사물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매력입니다." 심진아의 작품은 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올해 3월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TALENTE 2006' 국제 공예전시전에 그의 작품이 초청된 것. 'TALENTE'는 만 30세 이하의 공예, 디자인, 기술 분야의 젊은 작가와 신인을 소개하는 국제 전시전으로 올해 전시에는 27개국 40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23개국 91명의 젊은 작가들이 초청받았다. 심진아가 출품한 작품 중 순은과 아크릴물감, 고무액을 이용해 목장갑을 표현한 '작업'은 200여 점이 넘는 출품작 중 'TALENTE 2006' 도록의 표지 사진으로 쓰였다. "작업장처럼 노동이 필요한 공간이라면 어느 곳에서라도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목장갑이에요. 일을 할 때는 잠시 주연이 될지 모르지만 결과물이 나오면 어디다 벗어 던졌는지도 모르죠. 주목받지 못하는 물건이 도구가 아니라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업'뿐 아니라 신발, 가위, 화분, 망치 등 그는 항상 일상의 소품을 결과물로 삼는다. 특이한 점은 은을 재료로 사용한 작품이 대부분이라는 것. "은은 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요. 은의 우아한 빛깔에 끌려 금속공예에 발을 딛는 사람도 많아요. 일상사물의 소중함을 부각시키는데는 은이 가장 좋은 금속이라고 생각해요." 작업에 쓰고 남은 재료는 귀고리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로 재활용한다. 이날 하고 나온 귀고리도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숟가락을 표현하다 망쳤어요. 다시 녹여서 쓰려다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 숟가락 머리 부분으로 귀고리를 만들었어요. 저는 마음에 드는데 주위에서는 어디서 그런 이상한 귀고리를 샀냐고 해요." 처음에는 취미삼아 시작한 액세서리였지만 이제는 어엿한 사업이 됐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그가 손수 제작한 귀고리가 팔리게 됐다. 조만간 오프라인 점포도 개점할 예정이다. "주변에서는 반대가 많았어요. 특히 교수님들은 순수작업과 상품작업을 동시에 하면 이도저도 안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공장에서 찍어내지 않고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작품은 상품이라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예술품이라며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보다 일상을 함께하는 액세서리가 더 의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의 새해 소망은 개인 작업실을 여는 것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학교 작업실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방 한 구석을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직 거창한 꿈을 밝히기는 경험이 부족하잖아요. 지금은 작아도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좋겠어요. 작업실을 갖게 되면 다음에는 개인 전시실을 갖고 싶을지도 모르지만요." 출처 : [연합뉴스 2006-12-22 10: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