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세계일보 디자인산업 관련 좌담 : 김철수 종합예술대학원장(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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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두뇌" 배출해야 선진국진입 가능
[세계일보 2005-12-05 16:48] 디자인 역량이 산업과 문화의 이슈로 등장했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 글로벌 경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제품의 기능과 생산에 비중을 두었다면, 현대는 고객의 감성적 가치가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자인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대학의 창의적인 인력 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일보는 ‘제2의 산업혁명 디자인’ 시리즈를 마치면서 정부와 산업계, 학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3인의 진단을 통해 디자인산업의 현황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디자인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 ▲ 김철호 원장 =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 두뇌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디자인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해 있다. 창의적인 디자이너와 이를 바탕으로 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탄생할 여건만 조성한다면 디자인 선진국 진입은 물론 2008년까지 세계 7위라는 목표 달성도 가능하다. ▲ 김철수 교수 = 디자인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우리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우리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 담겨 있으면서 세계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디자인 개발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러한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재의 양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 차종민 소장 = 디자인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우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 적극 동의한다. 이것은 현재 디자인 교육의 차원을 넘어서 디자인계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현재의 잠재적인 인력 중에 우수 인원을 조기 발굴하고 교육해야 한다. ―디자인은 기업의 가치 창출과 국가 경쟁력의 최종 결정 요소로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디자인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 김 원장 = 소비자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환경이 재편되면서 경쟁적 우위를 담보할 수 있는 핵심은 디자인과 같은 소프트한 요소들이다. 이제 일류기업의 조건은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총체적인 소비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 김 교수 = 각 기업은 스스로 기업문화를 정립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시야를 더 멀리 두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꾸준히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신제품의 기획·개발정책과 판매전략 등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 차 소장 = 21세기는 문화와 감성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감성은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문화에 기반을 두지 못한 디자인은 대중의 감성을 자극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문화만을 경험한 디자이너들에게는 글로벌 마인드를 위한 해외 경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디자인 인력은 매년 3만6000명이나 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이 같은 고급인력을 곧바로 활용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디자인 교육의 개선점은 무엇인가. ▲ 김 원장 =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디자인 인력이 배출되지만, 디자인 전문 회사나 기업에서 쓸 만한 디자이너를 찾기가 힘들다. 창의력과는 거리가 먼 경직된 디자인 교육 방식의 혁신이 절실하다. 대학에서 마케팅, 엔지니어링 등 인접 학문을 포괄하는 다학적 디자인 교육 시스템으로 혁신하여 기업이 요구하는 자동차, 가전,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디자이너, 이른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를 배출해야 한다. ▲ 김 교수 = 21세기 패러다임에 맞는 디자인 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 시대 환경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국제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대기업 지향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중소기업에서는 능력 있는 디자인 인력을 구할 수 없고, 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은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차 소장 = 대학생들은 감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디자인에서 감각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긴 하나, 이는 탄탄한 이론적 바탕에 근거한 감각이어야 한다. 신입사원들을 보면 디자인에 대한 철저한 이론적 바탕 없이 그냥 그림 그리는 훈련만 받은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이론적 바탕을 근간으로 한 디자인을 전개하는 능력을 스스로 키워가야 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글로벌 명품’은 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 학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 김 원장 =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애니콜’과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이리버’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명품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이다. 감성적인 디자인이 나오려면 문화·산업 측면에서 창의적인 디자인 개발 활동이 잘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는 기업들이 디자인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세계 시장에서 우리 디자인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김 교수 = 디자인 명품은 단지 디자인의 우수성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만큼 제품의 기능적 우수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능적 우수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장기적인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기업은 문화적 정체성과 이미지를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신제품의 개발과 판매 전략 등을 수립해야 한다. ▲ 차 소장 = 디자인 명품은 한마디로 브랜드 가치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는 디자인만 잘되었다고 얻어지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 나라의 국가 이미지부터 제품의 품질, 역사, 장인정신의 희소성 등 그야말로 모든 가치의 집합이 브랜드 가치이며, 이를 바탕으로 명품이 탄생하게 된다. 기업의 독자적인 정체성, 즉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통해 오랜 기간 고객에게 일관성 있는 제품 이미지로 다가서고 고객에게 친밀감이 생성될 때 디자인 명품이 탄생한다. ―디자인산업 발전과 국제경쟁력 제고 등 한국의 디자인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달라. ▲ 김 원장 = 우리는 그 동안 선진국을 쫓아가는 형편이었지만 IT(정보기술) 같은 분야에서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제 한국 디자인은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단지 생산자나 지역을 알려주는 ‘트레이드 마크’가 아닌 소비자에게 믿음과 감성을 줄 수 있는 ‘트러스트 마크(trust mark)’를 만듦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디자인은 최근 경영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는 ‘블루오션’이나 ‘혁신’을 이루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 김 교수 = 디자인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디자인 전문회사 관계자들의 세계시장을 향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디자인 활동이 우리나라 수출품이나 내수품 디자인에 국한되어 있는데, 세계시장으로 시각을 돌려서 독자적으로, 또는 국제적인 디자인 산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제휴를 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전 전략을 세웠으면 한다. ▲ 차 소장 = 디자인산업 발전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우선 진흥 주관 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보다 더 다각적인 사업 확장과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각 기업들도 디자인 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적은 투자로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가 디자인이라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정리=류영현·황현택 기자 yhryu@segye.com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