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숲이 예전보다 울창해졌다.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산불도 예전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그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숲이 예전보다 훨씬 울창해지고 그 안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많아져 일단 산불이 나면 많은 나무가 타면서 대형 산불로
비화하기때문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산불의 피해 면적은 한 해 평균 약 5900㏊로 여의도 면적의 약 7배나 된다. 또
매년 산불과 함께 사라지는목재의 양은 국내에서 연간 생산되는 목재량의 16% 정도로 그피해액은 연간 150억원 정도 된다. 우리 숲에서 생산되는
1년치목재량이 6년마다 산불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간혹 발생하는 대형 산불에 의한 피해가 보기에는 더 커보일 수 있지만,자주 발생하는
소규모 산불의 피해를 합치면 한두 번의 대형 산불에 의한 피해 못지않기 때문에 자주 발생하는 작은 산불발생을막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산불은 기후가 고온 건조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벼락 등 자연발화에 의한 것보다 인간의 실수나 부주의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산불의 피해 규모나 정도도 인화의 경우가 자연발화의 경우보다 더 크다. 자연발화의 경우 대체로 산마루 등 높은 곳에서 일어나고 서서히 확산되는
경향을 띠며, 벼락은 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벼락이 산불로 비화하는 경우 그 피해는 인화에인한 피해보다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인간의
실수로 시작된 산불은 도로, 산길, 개울 등을 따라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또 저지대에서 발생하여 산의 경사면을 타고 높은 지역으로 급속히
번지기 때문에 자연발화의 경우보다 피해가 더 커진다. 따라서 산불피해를 줄이려면 인간의 실수를 미리 막는 것이 최선책이다.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숲속에서 이뤄지는 여가나 휴양 활동 시간이 늘고 펜션 등 여가용 주택이 많아지면서 숲 인접지역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숲 인접지역에서의 휴양 여가 활동의 증가는 장차 산불 발생 확률을 높여 숲 인접지역의 농가나 주택에도 재산상의 피해를 줄 확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숲인접지역의 산촌 내 농가나 주택에서 발화된 불이 숲으로 번져 산불로 커질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숲 인접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은 캐나다의 경우 오래 전부터 ‘파이어 스마트(fire smart)’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산불 홍보 및 예방 교육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산불 발생시 주택으로 옮아붙는 것을막기 위해 주택소유자가 취해야 할 여러 가지 산불 예방책을
제시하고 있다. 집 주위에 있는 나무들에 대해 가지치기를 하거나건물과 숲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띄워 방화선을 구축한다든지,내화력이 있는 나무를
정원에 심는다든지 하는 것들이 그 예이다. 여기에는 또 주택에서 발화되는 경우를 대비해 불이 인근 숲으로 옮아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취해야 할
일들도 포함하고 있다.
‘파이어 스마트’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숲 인접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산불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에
있었다. 주민들은 산불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을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고, 인근 숲에서 산불 방제가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경우엔 대형 산불이 날 위험이 그만큼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산불 피해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또 산불 예방 노력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 소방 방제 당국이 해야 할 일로 인식하거나, 잠재적 산불 피해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그 같은 위험에 대해 재산상의 커다란 희생 없이 대처할 수 있는 요령들을 알지 못해 산불 위험에 계속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대형 산불 위험에 크게 노출되고 있는우리나라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작년 봄 강원도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요 문화재인 낙산사가소실되는 것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숲 인접지역의주민, 사찰 등을 대상으로 한 산불 예방 교육에 보다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탁광일 / 국민대
교수·산림자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