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누굴 위한 정계개편인가 / 김형준 (정치대학원)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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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10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급류를 타고 있다. 지난 6일 우리당 의원 23명이 ‘국민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집단 탈당을 결행함에 따라 정계개편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여당의 집단 탈당에 대해서는 두 개의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분열은 통합의 시작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밀알론’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곽에서 세를 불린 뒤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 통합신당 깃발 아래 다시 뭉치기 위해 누군가가 밀알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탈당사태, 밀알론·배신론 분분- 이와는 정반대의 시각이 ‘배신론’이다. 배신론의 핵심은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권력·지지가 있을 땐 먼저 친구하자고 하던 사람들인데, 지금 돈 떨어지니까 나 때문에 나가겠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언급 속에 잘 드러나 있다. 밀알론이 되었든 배신론이 되었든 향후 정치권의 지형은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앞으로의 정치 지형에 가장 큰 변수는 노대통령과 한나라당이다. 여당이 대통합에 실패하거나 한나라당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2007년 대선은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노대통령은 여전히 탈당과 임기 단축이라는 결정적인 히든 카드를 갖고 있다. 노대통령은 “당에 걸림돌이 된다면 당적을 정리하겠다”고 언급했다. 만약 노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우리당을 탈당한다면 “노무현이 싫어서 탈당했다”는 집단 탈당파의 명분은 위축되고, 우리당이 오히려 통합신당 창당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다. 여하튼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 여권 재통합이 어려워질 경우 대선 구도는 양자 구도가 아니라 3자 구도로 전개될 것이다. 더구나 노대통령이 “임기 단축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만약 노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전에 전격적으로 하야를 한다면 한나라당은 자연스럽게 분열되고 대선 구도는 다자 구도로 전개될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에는 강점과 기회 못지 않게 약점과 위기가 상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명박 전 서울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계층이 중첩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나라당에는 축복이자 재앙이 될 수 있다. 즉, 결합·상승효과뿐만 아니라 분리·분열효과로도 작동될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상황을 오판해 자신의 지지만을 믿고 독자적인 행보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여권에 유력 대권후보가 존재하지 않고, 이·박 두 후보 진영 간에 검증과 경선 시기 및 방법을 둘러싼 감정 대립이 심화될 개연성이 커서 언제 어떻게 분열·폭발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여하튼 역발상적인 정치실험을 시도하려는 유혹은 궁극적으로 여당과 야당의 분열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알맹이 빠진 논의 ‘실패의 씨앗’-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정계개편이고 무엇을 위한 권력창출인가? 21세기를 살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위해 권력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고 오로지 권력만을 잡기 위한 선거공학만이 판을 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출범한 대통령들은 국정운영에서 모두 실패했다. 교묘하고 극적인 정계개편과 선거 연대를 통해 정권을 잡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잘못된 선거 과정이 끝내 통치 실패의 씨앗으로 잉태되었기 때문이다. 참다운 민주주의에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느 세력이 정권을 잡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국민과 함께 길게 호흡하면서 정도를 걷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쟁을 하는 선거 과정이 살아 숨쉬어야 한다. 그때만이 선거가 축제가 되고 성공한 대통령이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질 수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2091814181&code=99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