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북 체제 유지용’ 정상회담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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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경제 지원 확대가 제일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요즘 이 회담으로 한국판 ‘마셜플랜’이 시작되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기적으로 말하면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의 사회와 경제는 1960년대 수준으로 동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란 나라가 21세기 세계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 같은 북한의 복구와 현대화는 규모가 큰 해외 지원 없이는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대북 구원 정책을 효율적으로 계획하려면 북한이 오랫동안 경험하고 있는 재앙의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 파탄을 초래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평양 정부가 1950년대부터 실시해온 경제 정책이다. 분단 이전에 남한보다 훨씬 더 발전했던 북한 경제는 시대착오적 스탈린주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세월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다. 그래서 북한 경제 구원은 경영 구조의 혁신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경제를 파멸시킨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평양 정부에 지원을 계속 제공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북한 당국자들이 외국으로부터의 위협과 압력을 느끼지 않게 된다면 북한에서도 중국과 같은 시장화 정책을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감스럽지만 이것은 희망적인 기대일 뿐이다.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중국식 정책은 따라 하기에 너무 위험하다. 근본 이유는 북한이 중국이 직면하지 않은 도전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심각한 도전은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풍부한 동일 민족 국가인 남한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화 개혁이 진행되면 북한 주민들에 대한 감시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 남한에 대한 정보도 널리 확대되고 정부에 대한 공포도 점차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파멸시키고 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잠재력이 있다. 체제 유지를 자기들 생존의 기본 조건으로 여기는 북한 집권 엘리트의 입장에서 중국식 개혁은 정치적 자살과 비슷해 보인다. 자신의 이익을 냉철하게 계산하는 평양 집권계층은 체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개혁·개방을 피하고 남한을 비롯한 외국이 제공하는 지원을 체제 강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일 합리적인 전략으로 봄직하다. 평양 당국자들은 중국·미국, 남한·중국 등 국제 갈등과 경쟁, 그리고 남한의 국내 정치 다툼을 교묘하게 이용해 해외에서 지원이 계속 나오도록 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들에게 제일 바람직한 것은 북한 정부가 아무 조건 없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해외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런 지원으로 북한 정부는 보위국, 노동당과 군대 간부,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대도시 주민들에게 배급을 줌으로써 자신의 정권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간부 등에게 배급을 준 후 남는 지원은 일반 주민들에게도 흘러갈 수 있다. 최근 경험이 보여주듯이 외부의 지원은 개혁과 경제 현대화보다 북한에서 활발해진 개인 경제 활동을 다시 한 번 탄압하고 배급 및 중앙 계획을 중심으로 하는 옛날 사회와 경제구조를 재생하기 위해서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유감스럽지만 10월에 북한이 받을 지원은 북한사회의 개혁과 발전을 촉진하는 지원보다는 압도적으로 체제 유지 및 위기의 연기를 위한 조건을 조성시킬 지원이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이처럼 급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대선 승리라는 국내 정치적 목적에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청와대는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정상회담 성과’가 너무 필요하니까 북한에 심한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남한 국내 사정을 잘 이해하는 북한측이 이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런 조건하에서 남한은 엄청난 지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 지원에 대한 조건을 요구할 처지도 아니다. 이것은 현대 한반도 정치에서 유감스러운 사실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8/22/2007082201212.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