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DT 시론] IT서비스 노마드 / 김현수 (경영)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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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에게 초원은 척박한 생존 현장이다. 척박성이 초원의 특성이고, 척박성을 극복하는 야생성이 유목민의 특성이다. 최근 산업계 임원들과 대화하다보면 사업환경이 날로 척박해져서 고전하고 있다고 한다. IT서비스 시장이 초원과 같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IT서비스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의 척박성을 이겨낼 수 있는 유목민의 야생성이 아닐까? 이미 IT서비스인들은 본성에 그 야생성을 지니고 있다. IT서비스인이 가진 노마드적 특성을 생각해본다. 우선 유목민은 속도 추구자다. 말(馬)을 통한 기동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말을 통한 기동력으로 빠른 공수 전환이 가능했고, 그 속도로 세계를 정복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속도를 중시한다. IT서비스인도 속도 추구자다. 시장을 창출하고 선점하는 속도를 핵심 경쟁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융복합IT사업, 선제안사업, 서비스 R&D, 서비스사이언스 등을 IT서비스인이 먼저 추구하고 발전시킨 것이 그런 맥락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유목민이 그랬듯이 IT서비스인도 성을 쌓지 않고 길을 닦는 앞서가는 사람들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길을 닦고 또 달리면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신 시장을 개척하고 큰 선점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유목민은 생산자와 전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초원의 유목민들은 항상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한가지 작업에만 종사할 수는 없었다. 부녀자들도 야영지의 사역군들이며 관리자들이자 유목생활의 문제 해결사들이었다. 그들은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였다. IT서비스인들도 멀티플레이어다. 엔지니어로서 또 컨설턴트로서 그리고 관리자로서 멀티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재형인 T형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현실이 척박해도 타개해 나갈 희망이 있는 것이다. 셋째 유목민은 굴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릎을 꿇지 않고 항상 앞을 내다 보았고, 그리고 때를 기다리고 준비하였다. 그들은 말 위에서 넓게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았고, 그리고 더 큰 세상을 꿈꾸었다. IT서비스인도 사업환경이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앞을 내다보며 다음 때를 기다리고 만들어 갔다. 1980년대에 쌍용, 삼성, LG 그룹이 IT서비스기업을 만들면서 시작된 IT서비스 역사는 적지 않은 부침이 있었지만, 어려움을 극복해내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넷째 유목민은 강한 지도력이 나타나면 힘을 모아 큰 제국을 이루어내는 폭발력을 가졌다. 징기스칸이나 청태조 누르하치나 모두 무에서 출발해서 당대에 놀랄만한 제국들을 이루어냈다. 대나무가 땅 속에서 오랫동안 뿌리의 군락을 형성하다가 일시에 땅위로 솟아 올라 하늘을 뒤덮는 것처럼 유목민은 그런 폭발력이 있었다. IT서비스인도 폭발력이 있다. IT의 변방에서 IT의 중심으로, 그리고 이제는 경제의 중심으로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IT서비스의 역사는 아직 30년이 안되었다. 누르하치가 4개 주요 부족을 통일하는데 30년 걸렸지만, 그 이후 엄청난 속도로 도약하였다. IT서비스는 아직 힘을 축적하는 과정에 있는데, 일단 임계치에 도달하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다섯째 유목민은 글로벌 정신이 있었다. 큰 포용력과 넓은 시야가 있었다. IT서비스인도 정신과 지식에서 글로벌 리더다. 폭넓은 인재 수용과 세계적 첨단 지식의 흡수와 발전 측면에서 앞서가고 있다. IT서비스엔지니어링, IT자산관리, 가치중심경영을 산업계에 정착시키며 글로벌 서비스리더로 나아가고 있다. IT서비스업의 창업 세대가 지나가고 있다. 산업의 수성 세대가 다시 투지와 야생성을 회복하고 힘을 모을 때다. 창업정신을 회복하여 초원의 척박성을 이겨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