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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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변혁을 꿈꾸다]<2>S라인,댄싱 아파트 / 장윤규(건축)교수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와 요구를 만들어 낸다. 때로는 인터넷 세상과 같이 유목적으로 변화하는 삶을, 매트릭스와 같이 차원을 달리 하는 디지털적인 삶을, 유비쿼터스 테크놀로지를 포함한 사이보그적인 삶을, 집 안에 숲이 들어오길 원하는 참살이(웰빙)적인 삶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신(新)커뮤니티적인 삶을…. 우리는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이 복합적인 삶을 원한다.

이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아파트 거주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이러한 다양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지금의 수직적 판상형이라는 아파트 형식을 통해서는 그 많은 변화와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

○춤추는 아파트-자연의 테라스를 갖다

우연히 자동차와 로봇 사이의 변형을 다룬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영화를 보다가 입체적 아파트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양한 삶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입체적 아파트 말이다.

입체적 아파트는 매우 간단한 발상에서 시작한다. 수직적 일률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을 약간만 수정해도 그 변화는 상당히 크다. 이를테면 수직적 판상형으로 놓여 있던 각각의 가구 단위들을 춤추듯 들락거리게 쌓아 보는 것이다. 기존의 아파트가 정연하게 줄을 맞추듯 쌓아 올린 것이라면, 입체적 아파트는 가구마다 각자의 자연적 테라스를 만들어 주며 사선으로 혹은 지그재그로 쌓아 올린 아파트가 된다. 춤추는 듯한 모양의 댄싱형 아파트가 될 것이다. 가구마다 다양한 크기에, 입체적인 테라스와 정원을 만들어 거기서 공기와 호흡하고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숲 같은 입면-테라스마다 나무를 심다

입체적 쌓기로 만들어진 테라스에 나무를 심는다면, 아파트 입면의 일부에 숲이 들어와 있는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마치 대지의 껍질을 수직으로 세워 놓은 듯한 수직적인 산의 입면이 만들어진다. 아파트 건물 자체에 숲이 들어온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테라스에 나무를 심을 필요는 없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온실로 꾸밀 수도 있고 간단한 온천이나 꽃밭, 운동 공간으로 꾸밀 수도 있을 것이다. 요구에 따라 테라스를 이용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입체적인 주거 공간 -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다

지금까지의 아파트가 평면적인 가구 공간을 쌓아 놓은 형식이라면 이제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결합된, 입체적이고 다양한 실내 공간을 제안해 본다. 같은 아파트 건물 동(棟)이라고 해도 사는 사람들의 요구나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실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윗집과 아랫집의 실내 공간이 다르고, 옆집과 그 옆집의 실내 공간이 다르게 된다. 어떤 가구는 실내의 거실을 높일 수도 있다. 어떤 가구는 실내를 2층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 실내 공간 구조의 획일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거의 프로그램도 입체적으로 바뀐다. 그냥 거실, 부엌, 방, 식당이었던 공간이 다양하게 바뀐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가족은 집 안에 조그마한 풀장을 만들 수도 있고, 자연을 좋아하는 가족은 실내 정원을 만들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구성하면 된다. 영화를 좋아하는 가족은 영화관 같은 집을, 미술을 좋아하는 가족은 갤러리가 있는 집을 구성하고 그 외에도 음악스튜디오, 어린이 놀이방, 게임룸 등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자기만의 스타일로 공간을 꾸밀 수 있다.

나아가 노인 가정과 싱글 맘, 독신자와 독신자 등이 결합해 살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 상호 보완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 역할도 꿈꿔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아파트는 각각의 건물 동으로 존재하고 주민들이 상호 교류하는 커뮤니티는 따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댄싱형 아파트에서는 가구 단위와 가구 단위 사이에 커뮤니티 공간을 끼워 넣어 복합화된 공동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시스템을 제안한다. 각각의 커뮤니티는 소규모 입체 공원, 레저 스포츠 시설, 문화 공간, 이벤트 공간, 미디어 공간, 라이브러리, 소공연장 등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삶과 밀착된 새로운 공동체의 네트워크가 생기지 않을까.

장윤규 건축가·국민대 교수

:필자 약력:
△서울대 건축과, 서울대 대학원 건축과 졸업 △뱅가드상(Vanguard Award) 수상, 일본 건축저널 ‘10+1’의 ‘세계의 젊은 건축가 40인’에 선정 △저서=‘복합체(Compound Body)’ △건축 작품=예화랑(서울), 서울대 건축대학(서울), 생능출판사(경기 파주출판단지), 광주 디자인센터(광주), 갤러리 정미소(서울), 홍익대 대학로캠퍼스(서울), 이집트 대사관(서울) 등 △현재 국민대 교수, 운생동건축사사무소 대표, 갤러리 정미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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