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북한―중국의 위성국가화’ 시나리오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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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화통신은 중국항공이 매주 3회 베이징에서 평양을 향해 출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결정은 중국·북한 관계의 긴밀화를 보여준다. 2002년 이후 본격화된 중국의 대북 진출 결과, 북한의 전체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56.7%로 늘었다. 북한 시장에서 팔리는 물건은 압도적으로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냉전 시대엔 미국과 소련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반도 사정을 분석했다. 요즘은 중국의 대북 정책만큼 중요한 변수가 없다. 중국의 제일 중요한 관심사는 북한의 지정학적인 위치이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으로선 미군이 주둔하는 남한과 중국 사이에 완충지대가 있는 게 바람직하다. 또, 통일 한국에서는 미국의 영향이 커질 것이므로 중국은 남한에 의한 북한 흡수통일을 환영하지 못한다. 중국이 북한에서 추구하려는 경제 이익도 있다. 성장하는 중국 경제는 자연자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니까 북한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관심이 많다. 중국이 무산광산에 대한 채굴권을 비롯한 이북 광물 채굴권을 얻는 데 적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바다와 단절된 중국 동북지역으로선 북한의 동해 항구를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면 부담스러운 수송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북한은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외교적으로 중국을 따르는 북한이다. 그러나 베이징 입장에서는 현대 경제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국제 위기를 초래하고, 중국 지원으로만 생존하려는 김정일 정권이 세월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부담이다. 그래서 중국은 김정일 정권이 개혁·개방을 계속 거부할 경우에 평양에 다른 정권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또, 북한에서 김정일 사망 이후 혼란이 생길 경우 사태를 안정시킨 다음 친(親)중국 정권을 평양에 세울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친중 정권은 공식적으로 ‘북한’이란 주권 국가의 정부로 위장될 것이다. 세월이 갈수록 이 시나리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은 대북 투자와 경제 진출 과정에서 이러한 공작을 위해 필요한 정보와 관계를 얻고 있다. 요즘 북한 정부가 중국의 영향에 대한 우려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 정권도 이러한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을 위성국가로 만들기로 결정하면 이를 반대할 국제 세력은 별로 없다. 남한이 커다란 중국에 도전할 수 없다. 미국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위험한 경쟁 국가로 보는 건 사실이지만 요즘은 군사 전략의 변화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전략적인 가치가 냉전시대보다 많이 떨어졌다. 미국이 문제로 여기는 것은 북핵뿐인데 중국도 핵확산을 원하지 않아서 친중 정권이 생기면 핵을 포기할 것 같다. 북한을 통치하는 간부계층이 “우리 민족 제일주의” 운운하고 있지만 간부 대부분에게 친중 정권은 흡수통일보다 훨씬 낫다. 흡수통일될 경우에 그들은 특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 때문에 감옥으로 갈지도 모른다. 친중 정권은 거의 모든 간부들에게 그들의 특권을 그대로 유지시켜 줄 것이다. 고생이 많은 북한 서민들도 이러한 정권이 개혁과 개방을 통해서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 준다면 자연스럽게 환영할 것이다. 이러한 정권이 생기면 장기적으로 북한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북한 국민들이 자유가 좀 많아지면 친소 정권을 싫어했던 동유럽 국민들처럼 그를 반대하고 전복하고 민주통일을 이룩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이러한 정권이 오랫동안 생존하면 북한에서 독자적 정체성이 형성되고 한반도의 분단은 영구화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의 경우 동서독이 통일되었지만 같은 언어, 같은 문화를 가진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통일할 의지가 전혀 없다. 외세의 압력 때문에도 그렇고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정체성 때문에도 그렇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친중 정부가 생길 북한이 또 하나의 동독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오스트리아가 될지 아는 방법이 없다. 아무튼 이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23&aid=0000293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