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DT 시론] 새로운 시대가 열리려고 / 김현수 (경영) 교수

한해가 저물고 있다. 며칠 후에는 새로운 대통령도 탄생하고, 곧 새해도 시작된다. 이런 시간에는 저무는 한해를 되돌아보며, 나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올해의 중심 화두는 힘의 이동이었다. 연초에 다보스포럼에서도 힘의 이동을 주제로 큰 토론이 있었고, 우리 경제도 올 해 내내 제조에서 서비스로 이동되는 힘을 성장동력화하려고 노력하였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아시아의 르네상스와 유럽의 재부상으로 인해 다극 체제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경제적으로 성장하였고 군사력도 강화된 아시아와, 기축통화 달러를 대체하는 유로 경제의 부상이 세계사의 힘의 이동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현재 유례없이 많은 12명의 후보가 난립된 대선 정국도 우연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범여당, 범야당 할 것 없이 사분오열된 정치권의 분산구조는 다극 체제로의 힘의 이동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다. 또 재벌과 검찰, 시민단체와 정부간에도 과거에 예측가능했던 힘의 방정식이 작용하지 않고, 불확정의 방향으로 힘이 분산되고 있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한해였다. 거대기관에서 개인과 소그룹으로 힘이 이동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연초부터 서비스경제가 가장 큰 화두였다. 제조중심 성장 전략의 한계를 인식하고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가경제 재도약 계획에 공감한 한 해였다. 정부, 기업, 학계에서 한 목소리로 서비스사이언스를 외치면서 서비스를 통한 국가경제 견인을 선언한 첫 해였다. 이제 경제의 힘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확실하게 이동되었고, 정부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내년의 중심화두는 무엇이 될까? 순환하는 흥망성쇠의 기본 원리에 따라, 또 분열이 오래되면 통합되고, 통일이 오래되면 분열되는 역사의 순리에 따라, 내년은 통합의 움이 싹트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지난 수년간이 분열과 힘의 이동의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수년간은 새로운 힘의 중심으로의 수렴과 통합의 역사가 되지 않을까?

노자는 `옴츠리고자하면 반드시 먼저 펴야 하고, 약하게 만들고자하면 반드시 먼저 강하게 만들어야 하며, 무엇인가를 없애려면 반드시 먼저 흥성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도 이와 같다고 생각된다. 분열과 이합집산이 극성하는 현재의 정치판은 대통합을 위한 전주곡일 수 있고, 중심이 없이 표류하는 경제 현안 이슈들은 새로운 중심 정책을 찾기 위한 신호탄일 수 있다.

밤이 깊어지면 새날이 가까워진다. 영원한 낮이 없듯이 영원한 밤도 없다. 빛의 배후에는 어둠이 있고, 어둠 속에서는 빛이 자라고 있다. 내년에는 정치와 경제가 모두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한해가 될 것이다.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것이 경제의 속성인데, 정치 또한 마찬가지다. 정치든 경제든 예측 가능하고 알아보기 쉬워야 한다. 분열되어 있고 불확실하면 누가 적극적인 경제 행위를 하겠는가. 노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튀기는 것과 같아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우리 경제와 나라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그만큼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위정자는 큰 비전을 추구하되 행동은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고, 경제주체들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흥망성쇠의 열쇠는 인간의 마음에 있다. 국가의 운명도 지도자와 국민의 마음가짐에 있다. 마음의 눈을 활짝 열고 산업의 새로운 흐름과 경제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방정식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들이 모두 강조하는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 대책도 힘의 이동 방정식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해법이 바로 나온다. 일단 삶이 다한 사상이나 전략은 미련없이 버려야 그 자리에서 새로운 움이 돋는다. IT산업이든 서비스산업이든 가까운 곳에 기회가 널려있다. 새 날을 여는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29&aid=0000191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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