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가로지르기]“한국 형량은 성폭행·기업범죄에 너무 관대하다”/ 션 헤이스 (법)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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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국민대서 법률 가르치는 美변호사 션 헤이스 “한국에서는 법관들이 범죄에 대해 충분히 높은 형량을 선고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살인에 대해 징역 15년, 성폭행에 대해서는 징역 2~3년에 불과하고, 기업인들은 거의 감옥으로 보내지 않고 있더군요. 아마도 법관들이 기업 총수들을 감옥에 보내면 경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걱정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법관들은 이런 3종류의 범죄들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형량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주의 변호사 자격을 갖고 국민대에서 법률을 가르치고 있는 션 헤이스 교수(34). 헤이스 교수는 법학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서울대 법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연구원으로도 근무 중이며 안세법률사무소에도 적을 두고 있다. 과연 그는 한국의 법조계와 법관, 법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먼저 한국의 형량 선고가 지나치게 관대해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성폭행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고 있고, 미국의 어느 주도 어린이에 대한 성폭행에 사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반역, 살인, 성폭행은 매우 무거운 범죄이기 때문이죠.” 그는 수년 전 한국의 어느 기업인이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받은 처벌이 징역 1년 이하였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던 모양이다. 미국의 월드컴 창업자는 유사한 범죄로 인해 25년형을 선고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법조인이 “시민들은 작은 물건을 훔치면 감옥에 가는데 기업인들은 큰 범죄를 짓고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 비판한 사실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기업들의 내부자 거래나 기업적 사기 등에 대해 매우 엄격한 처벌을 가하고 있는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런 강한 처벌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미국의 기업이 신뢰받는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엄격하게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의 경제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식축구 선수 O J 심슨의 살인사건은 돈으로 형벌을 피했다고 해서 문제가 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런 일은 매우 드물다. 이 사건에서 변호사는 인종 문제를 부각시켰고 배심원들에게 영향을 미쳐 심슨이 처벌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미국의 배심원 제도는 가끔 큰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고 인정했다. 게다가 미국 판사들도 가끔은 언론이나 국민적인 감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조만간 시작되는 로스쿨(법률대학원) 교육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한국의 로스쿨들이 제대로 된 법률가를 키울 수 있을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 중심으로 가르쳤던 상당수의 법학 교수들이 로스쿨로 옮겨가 다시 이론을 가르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로스쿨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법학 교육을 하는데 한 강의실에 너무 많은 학생을 수용하는 것도 강의 중심으로 하도록 만드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로스쿨을 졸업하면 실무적인 지식을 갖추고 사회에 나와야 하는데 현재의 로스쿨 체제로서는 그것이 잘 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내의 법학 교육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 발언을 했다. 법학 교육을 강의 중심이 아니라 학생들이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 중심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중심으로 법을 가르치려면 체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학 교수들이 실무경험이 없으면 이론만 가르치게 되는데, 한국의 법대에서는 주로 이론만 가르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헌법학과 같은 과목은 이론만 가르쳐도 별 문제가 없지만 형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절차에 관한 법을 가르치려면 법률적인 체험이 필요하다. 교수들도 변호사 자격을 갖고 실무적 지식을 갖고 있어야 잘 가르칠 수 있고, 학생들도 잘 배울 수 있다는 얘기다. 헤이스 교수는 3년 전부터 국민대에서 미국 헌법, 비교 헌법, 일반 미국법, 영미법, 계약법 등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다. 그는 수년 사이에 학생들이 크게 변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거의 말을 하지 않다가 이제는 자신이 가르치는 것에 대해 비판도 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비판이 “아주 훌륭하며 가끔 도발적이기까지 하다”고 했다. 법률에 관한 학생들의 주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얘기다. 몇몇 국민대 법대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했던 포댐대를 비롯, 마이애미 대학 등에서 유학하고 있다고 한다. 헤이스는 “유학길에 오른 학생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연구원으로 수년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당시 헌재는 탄핵 소송을 놓고 몇 명의 재판관이 찬성했는지, 몇 명이 반대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헤이스는 “헌재가 몇 대 몇으로 판결을 내렸는지 밝히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평가했다. 유사한 재판이 다시 열린다면 재판관들은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를 밝히고 소수의견도 공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판결문은 탄핵에 찬성하는 소수의견도 기록하지 않았다. 헤이스는 “이런 것은 헌법 재판소 사상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공개하라고 법률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었지만, 헌재는 이런 내용을 공개할 권리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당시 헌재 재판관들은 탄핵 찬성·반대론자와 소수의견을 공개하는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으나 결국 이견을 노출하지 않은 채 모든 헌재 재판관이 판결문에 서명하기로 결론지었다고 한다. 탄핵 찬반론자를 밝히고 소수의견을 판결문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강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헌재의 역할에 대한 그의 견해는 어떨까. 그는 “헌재가 2년 전 호주제는 성(性)에 따른 차별을 한다”면서 위헌 결정을 내려 호주제가 바뀌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헌재가 훌륭한 일을 했다. 엄청나게 뜨거운 문제였다”고 말했다. 과연 미국인은 한국인보다 법을 더 잘 지킬까. 헤이스 교수는 “어느 쪽 국민이 법을 더 잘 지킨다거나 못 지킨다고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비슷하거나 똑같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미국에서도 주지사나 시장이 독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감옥에 가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게다가 미국의 범죄율은 한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한다. 헤이스 교수는 수년 전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한 언어교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한국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 그는 당분간 한국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다. 서울대 법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지만, 목표는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사람을 사귀는 것이다. 박사학위는 천천히 받을 생각이다. 헤이스는 틈틈이 국내에 있는 동남아 사람들을 위한 무료 법률 지원(소송 지원)도 하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의 웨스트 헤이븐에서 출생한 헤이스는 포댐 대학과 페어필드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그에게 한국은 무엇이 편리한지 물었다. “대중교통이 매우 좋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1954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