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독도, 흥분말고 논리로 맞서자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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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마침내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에 관한 기술 삽입을 결정함으로써 한동안 잠잠했던 한일 간의 독도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해설서의 독도 명기는 그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즉, 일본 정부의 공식결정이니만큼 개별 교과서의 역사왜곡 서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파괴력을 갖는 것이다. 우선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교육내용으로 다룰 것이며 향후 민간 교과서 회사가 만들어낼 교과서에 독도 주장이 반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한일 독도 마찰은 점차 심각해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일우호협력과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여러 차례 약속했음에도 일본은 또다시 우리의 선의를 무시하고 근본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독도 도발을 감행했다. 따지고 보면 이번 독도 명기는 예정된 순서였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정치사회 지형은 급속하게 보수우경화되었다. 특히 고이즈미, 아베 정권을 거치면서 일본 내의 우파세력은 민족, 역사, 국익, 영토 등 국가적 가치를 고양하기 위한 전 방위적 프로젝트에 몰두해 왔다. 독도문제를 학교 교육에서 다뤄야 한다는 방침은 이미 2005년 봄 나카야마 전 문부과학상 때 정해진 것이고 2006년 아베 정권 당시 이루어진 교육기본법의 개정 취지 또한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는 데 있었다. 애초 후쿠다 총리는 한일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독도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했지만 일본의 국내정치 상황은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선린외교를 중시했던 후쿠다로서도 자민당 내 우파 정치세력과 문부과학성의 보수파 관료들의 독도 명기 압력을 견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독도 문제에 대해 일시적인 흥분과 감정적 반응을 하기보다는 냉철한 자세로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먼저 기본전제로 생각해야 하는 점은 독도문제에 관해 현상변경을 시도하려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로서는 실효지배를 강화함으로써 현상유지를 더욱 공고하게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도문제는 어차피 장기전의 양상을 띠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첫째로 우리는 학술적인 역량을 총결집해 국제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리적인 차원에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근거의 확보와 논리의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독도문제가 제기되더라도 합리적이고 대처할 자료와 논리를 든든하게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독도의 실효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어업, 해양조사, 관광, 생태환경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구조물의 설치도 대응 조치의 하나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당장은 구조물 설치에 따르는 일본의 반발이 거세겠지만 독도가 우리 국민의 일상적인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실효지배의 가장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한일 간 정계, 언론계, 학계의 긴밀한 대화채널 구축을 통해 일본의 독도도발이 양국관계 발전에 치명타가 된다는 점을 역설하는 노력이 경주돼야 할 것이다. 여기서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항은 한일관계가 향후 독도, 역사마찰로 인해 다소 삐걱거리는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양국 간의 기본적인 우호협력 관계가 근본적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지혜와 슬기를 모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독도 사태로 말미암아 양국 관계는 불가피하게 악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정치, 경제, 안보, 문화적 차원에서 볼 때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중요한 우방이자 협력의 파트너이다. 과거사나 독도문제에 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겠지만 여타 영역의 협력관계가 크게 손상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분리 대응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2&aid=00019737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