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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6월 말 출범… 21세기 '지적 엔진' 본격가동 신호탄되나 / 배규한(사회학과) 교수

‘학진’ 등 3곳 통합… 예산 3조 넘어 ‘규모의 경제’ 가능해져
‘인문·과기 융합연구’ 기대 속 일각 “견제·균형 상실 우려”


국내 최대 연구지원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6월 말 출범한다. 연구재단은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한국과학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의 통합으로 태어난다. 연구재단 출범은 본격 융합연구시대의 기본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통해 학술연구 수준이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묻어나온다. 그간 학술지원은 인문사회학계와 이공학계로 분리돼 운영됐다.

연구재단 출범 현장의 실질적 책임자는 3월 말 임명된 배규한 학술진흥재단 사무총장이다. 배 총장은 공석인 이사장직무대행이기도 하다.

인문사회계 출신으로는 학술진흥재단 첫 총장이다.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연구재단 출범에 대해서 배 총장은 기대감을 피력했다. 연구기반 저변 확대는 물론 통합과 융합의 연구 풍토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 총장은 연구재단 출범이 ‘지적 엔진’의 본격 가동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적 엔진’은 그가 만든 신조어다. 국가적 차원의 지식 역량 집결로, 사회 발전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배 총장은 19세기와 20세기의 발전 동력이 증기 엔진과 전기 엔진이었다면, 21세기의 발전 동력은 지적 엔진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대에서 사회학을 강의했던 그에게 연구재단의 출범은 반가움 그 자체다. 여러 줄기로 분산된 지원이 한 줄기로 모이면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통합되는 연구재단의 예산은 3조원에 이른다.


학문 분야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게 된다. 기초분야와 원천기술 개발 등 목적 사업 지원도 체계화할 수 있다. 기초분야 지원금은 현재 예산의 25% 수준이지만 50% 정도로 높이는 게 어렵지 않게 된다는 게 배 총장의 예상이다.

궁극적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체계화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한국의 R&D 사업 예산은 약 10조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4%에 약간 미달한다. 금액과 비율 모두 선진국 수준이지만, R&D 예산을 2012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공언이다.

연구재단 출범이 학문 연구의 장애물를 걷어내는 계기가 된다는 것도 그의 기대다. 그간 국내의 연구 지원 토양은 부실하고, 학문 간의 담장이 높았다. 장애물 제거에 연구재단이 앞장서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소금이나 고추를 보세요. 이 재료들이 뒤섞일 때 양념이 되고, 새로운 맛이 나지 않습니까.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차원에서는 뒤섞어보는 게 좋아요. 그래야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분야가 개척되지요. 학문 연구도 비슷하지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종합하면 지금과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상상과 창조가 결합되는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태겠다는 말이다. 배 총장은 학문 지원체계 개편은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한다. 그는 “R&D 지원 등이 소정의 효과를 내면 그게 결국 국민 복지와 연결된다”며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따뜻한 사회가 돼야 하고, 따뜻한 사회는 국민이 잘 살아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연구재단의 출범에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수 학문이 보호돼야 하고, 학문 분야에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보장돼야 하는데, 이들 원칙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배 총장은 기우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연구 아이디어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상상으로만 머물던 생각을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해 줘야 한다”며 “연구재단은 ‘기발한 생각’이나 ‘엉뚱한 연구’에도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문 연구에서야말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계에서도 ‘축구의 박지성’을 찾아야 해요.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인재를 찾아서 성장하기를 기다리며, 지원하는 게 중요해요.”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2&aid=000204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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