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일보-삶과 문화]팬 클럽의 힘/김대환(관현악 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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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예인들에게 막말을 거침없이 하기로 유명한 몇몇 예능인들조차 막강한 팬클럽을 갖고 있는 아이돌 스타에게 조심스레 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새삼 팬클럽의 위력을 느끼곤 한다. 아이돌 스타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그와 열애관계라는 소문이 나서 그들의 팬들에게 미움을 샀다는 얘기를 TV 방송에서 종종 듣기도 한다. 단지 스타나 노래를 좋아하는 데서 나아가 소속사간의 문제에까지 적극 개입하는 팬들을 보면 놀랍기도 하고, 요즘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좀처럼 없는 일이라 부럽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들처럼 열성 팬을 갖고 있던 음악인들도 있다. 사후에 더욱 높이 평가된 베토벤이 열성 팬 보유자의 시초가 아닌가 싶다. 1827년 비엔나의 한 교회에서 거행된 베토벤의 장례식에 2만 명이 넘는 군중이 몰려 경찰이 동원되어 거리를 정리했지만 인파에 밀려 기절한 사람과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를 추모하기 위해 학교도 휴교했다니 그가 얼마나 대중의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귀족의 후원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작품 출판으로 생계를 유지한 선구자 역할을 하다 보니 베토벤은 그만큼 대중과 가까운, 그들의 사랑을 받는 작곡가였다. 베토벤이 순수하게 음악성으로 비엔나 시민의 존경을 받았다면, 음악뿐 아니라 외모로 많은 여성 팬을 끌고 다닌 리스트는 지금의 아이돌 스타에 가까웠다. 화려한 기교로 공개 연주를 즐겼던 그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면 광적인 여성 팬들은 쓰러졌다. 그가 손 씻은 물, 마시다 남긴 홍차까지 서로 차지하려고 다퉜다니 지금의 오빠부대보다 더 극성이었던 것 같다.
2차 세계 대전 때, 엄청난 공습에 바이로이트 시 대부분이 공습으로 파괴되었으나 바그너 전용극장만은 바그네리안들이 루스벨트 미 대통령에게 부탁해서 무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그 덕분에 바그너 애호가들의 성지순례로 비유되는 바이로이트 축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몇 해 기다린 후에나 표를 구할 수 있는 데도 100년이 넘게 계속 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천 명이 그 곳을 찾아 폭염 속에서도 하루 6시간씩 며칠 동안 오페라를 관람했다고 한다. 바그너에 대한 찬반 논란을 떠나서 100년이 넘도록 식지 않는 열기만큼은 그 어떤 스타의 팬클럽보다 뜨겁다는 생각에 클래식이 낡은 고물처럼 취급될 때마다 바그네리안들을 떠올리게 된다. 최근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디토'라는 클래식 연주자들이 수많은 여성 팬들을 공연장으로 모여들게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일시적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클래식 팬들이 더 많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줄 것 같은 댄스음악은 아니지만 클래식은 한 권의 책처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우리의 마음을 씻어주는 정화수이니까.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909/h2009091121315981920.h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