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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시론]원화환율 미세조정 필요하다

최근 우리 경제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경쟁국들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활력이 최근 들어 다소 약화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어려운 시기를 되돌아보면 우리 경제의 회복을 이끌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대표적인 수출 기업들의 선전이 그것이다. 세계 선진국들의 대부분이 경기후퇴를 경험했던 지난해 우리 경제가 0.2%나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적절한 정책 시행에 힘입은 것이었다. 동시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표적인 우리의 수출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다져진 강한 체질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 나간 것도 한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제 여건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과도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그리스 등 유럽 쪽의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며 중국 등의 출구전략 시행도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도 힘을 잃고 있는 가운데 수출 기업들은 이중고에 처해 있다. 원 · 달러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는데다 수출 대상국의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경제 활력을 다시 찾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결정은 경기 부양을 위한 예산 집행 시점을 앞당기는 것과 현재의 수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수출 확대 정책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을 꾸준히 늘리는 방안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환율에서 그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 1년간 원 · 달러 환율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 왔다. 작년 3월 1570원 수준이었던 것이 올 3월 하순 현재 1130원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금의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당분간 금리인상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지금의 저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위안화 등 동아시아 통화에 대한 미국의 절상 압력도 강화되고 있다. 원화 환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우리 수출은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고 수출 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된다.

환율 하락이 수출 중심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금의 일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엔고'는 재정적자와 함께 일본경제를 짓누르는 최대의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일정 시점에서 급격한 환율 하락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향후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우리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은 충분하다.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국가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억제하려 할 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환율 하락은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 최근 1년간 하락폭은 450원,약 30%에 육박하는 절상률이다. 향후에도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조정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국내 여건상으로도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미미해 환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만한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있다. 만약 물가 수준이 높다면 고환율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물론 원화가치 상승은 국격의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 대내외적인 경제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현 시점에서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자칫 새로운 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외환 당국의 세심한 미세 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강신돈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원문보기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032372131

출처 : 한국경제           기사입력 : 2010-03-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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