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웅장한 부드러움 VS 소박한 날카로움 / 조현신(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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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하디드와 구마 겐고의 2020 도쿄 올림픽 경기장 디자인 2020년에는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이 올림픽 주경기장은 올여름에 지붕 공사까지 마무리돼 현재 거의 완공 단계라고 한다. 이 경기장 디자인은 재공모를 통해 당선된 것이다. 2012년 첫 국제 공모에서는 고(故)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이 채택되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설계자로 유명하며,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였다. 이라크 출생으로 영국에서 수학한 그는 “나는 삼중 악재를 견뎌야 했다. 여자여서, 외국인이어서, 그리고 늘 예상을 뛰어넘는 평범치 않은 작품을 선보여서 문젯거리였다”, “나는 돈도 없었고, 운도 없었다. 나를 키운 것은 열정과 나에 대한 믿음뿐이었다”라고 2016년 작고하기 전 한 인터뷰에서 술회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건축은 끊임없는 투쟁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건축 철학을 압축하고 있다. 글 조현신
어릴 적 기억이 창조력의 원천 그는 전 세계에 많은 건축물을 남겼지만, 스포츠 관련 디자인은 2개뿐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수영장, 2012년 개축한 오스트리 아 베르크이젤의 동계올림픽 스키 점프대가 그것이다. 런던의 수 영장은 현재 엘리자베스 퀸스 올림픽파크 내에서 시그니처 건물 로 추앙받으며 입장료 4.5파운드(약 6800원)에 시민들에게 개방되 어 아주 인기 있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설계 때부터 옆면의 가변석을 대회 후에는 철거하게 만든 효율적 인 디자인이니 합리성이 돋보이는 선택이다. 가운데 부분이 움푹 내려가고 양쪽의 날개 부분이 치솟아 오른 모습으로 수영 선수의 힘찬 어깨, 역동적으로 흐르는 물의 형상이었던 디자인은 가변석 제거 후에는 양 측면에 창이 드러난, 지표 위에 가뿐히 떠 있는 물 방울 형상으로 전환되었다. 어떤 이는 “우주선에서 수영을 하는 기 분”이라고 했고, 한국의 한 건축 평론가는 “고래의 배 아래서 수영 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세계 도처에 있는 그의 건축물은 거대하 면서도 유유하게, 웅장하면서도 부드럽게 다가오면서 마치 우주 생명체가 착륙한 듯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된다. 그는 자신의 창조력의 근원으로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여행한 이라크 남부 습지대에서의 경험을 언급한다. 야생 생물들 그리고 마을을 안고 흐르던 강물과 모래의 변화무쌍한 유동성에 대한 숨 이 막힐 정도의 매혹적인 기억이 그 원천이라는 것이다. 이런 성향의 하디드의 디자인 특성은 2020 도쿄 올림픽 경기장 디자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거대한 우주 생물체 같기도 한 이 조감도 역시 의외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제 시한 경기장의 높이는 메이지신사 주변의 15m 제한 규제를 벗어 나 최대 높이가 70m에 달했으며, 비용이 과도하다는 점, 개폐식 천장을 갖춘 전천후 경기장으로 총면적이 2만7000㎡나 돼 기존 국립경기장의 5.6배라는 점, 또한 지나치게 미래적이라는 점, 프리 츠커상 수상자가 두 명이나 있는 일본에서 외국인에게 설계를 맡 기는 것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일본 내에서 비난이 들끓었다. 결국 아베 신조 총리는 이 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재공모를 실시했는데 2차 공모 시에는 설계와 시공을 한 회사가 모두 담당해야 하다는 규정을 넣어 사실상 시공사를 구할 수 없는 외국 설계사는 응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비용 절감을 포함해 다양한 수정안을 제시하 며 일본 측과 협상하던 하디드 측은 결국 2차 공모를 포기하였고, 2015년 일본의 건축가 구마 겐고(隈研吾)의 디자인이 채택되었다.
자연을 주장하지만 작위적인 형태 구마는 우리 시대의 콘크리트 건축과 그 형상을 권위주의적 건축 이라고 비판하면서 약한 건축, 자연스러운 건축을 주장하는 건축 가인데 우리나라 춘천과 제주도에 그의 작품이 있다. 그는 “자연 스러운 건축은 그것이 지어지는 장소와 행복한 관계에 있는 건축 이다”라는 철학을 강조하면서 목재나 돌, 벽돌을 많이 사용한다. 그는 도쿄 올림픽 경기장은 초록 나무의 향연이 될 것이라고 말하 며, 전통적인 일본의 건축 구조인 다루키(垂木, 서까래)를 연상시키는 차양을 특징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자국의 특성을 강조한 것이다. 두 디자인의 외양을 비교해 보자. 똑같은 곡선인데도 자연스러움을 주장하는 구마의 곡선은 딱딱하고 오종종한 느낌을 주는 데 비해 하디드의 곡선은 크게 휘돌면서 웅장한 부드러움을 과시한 다. 구마의 정확하게 균등 분할된 층수와 칸칸의 면모는 우리 몸 내부의 장기들처럼 랜덤으로 배치된 듯한 하디드의 공간 분할과 는 많이 다르다. 소박함을 주장하지만 제주도 롯데리조트의 현 무암을 빽빽이 올린 지붕 디자인의 과도함처럼 절제나 자연스러 움은 사라진 듯하고, 투쟁을 주장하는 하디드의 디자인은 오히려 부드럽게 다가온다. 하디드 측은 구마의 새로운 설계안이 발표되었을 때 내부의 에너 지 절감 디자인이며 배치 등이 자신의 디자인을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일본은 3년간의 진행비를 충분히 지불하면서 함구할 것 을 요구했지만 하디드 측은 거절하고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도쿄 올림픽의 표절 시비는 이뿐만 아니다. 로고와 엠블럼도 표절 시비에 휘말려 엠블럼을 다시 디자인했으며, 로고도 여전히 자유 롭지 못하다. 자원봉사자의 유니폼도 일본 누리꾼들은 한국 전통 수문장 옷을 본뜬 것 같다며 조롱하기도 한다. 게다가 경기장 내부 에 성화대가 설치되지 않아서 이것을 해결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으니 이래저래 도쿄 올림픽은 말이 많은 채 시작되고 있다. 이번 2020 도쿄 올림픽 경기장은 의외의 것,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제시하는 세기의 전환 어법을 거부하고, 예상을 뛰어넘지 못하는 건축물을 택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 같다. 물론 그 선택은 일본의 몫이고, 국가적 건축물은 당연히 비용이나 지역성에 대한 문제 또한 세밀히 고려되어야 한다. 어찌되었건 이제 하디드는 작 고하였으니 스포츠계에서는 그의 건축물을 메인스타디움으로 즐 길 기회가 영영 사라져 버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을 쓴 조현신은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 역사와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친근하고 낯익은 한국 디자인 역사를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근대기에 형성된 한 국적 정서의 디자인화에 관심이 많다. 작년에 <감각과 일상의 한국 디자인문화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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