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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핵 포기' 北의 분명한 내부결정부터 요구해야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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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판문점선언’ 1주년이 지났지만 남북관계와 북한의 비핵화는 별 진전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다림’을 강조했지만 그보다 ‘복기’와 ‘반성’을 통한 교정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 비핵화에 관한 현 정부의 첫 번째 실수는 지난해 3월 대북특사 방북과 4월 판문점선언으로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속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북한은 필요한 실질적 조치는 강구하지 않은 채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핵우산 제거를 요구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판문점선언 일주일 전 개최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세계적인 핵 강국으로 재탄생”했다며 핵 보유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동안 그들이 핵무기 폐기를 약속한 적도 없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성급하게 기대한 점이 있었다. 현 정부는 선의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면 북한의 핵 포기 유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개선되는 듯하던 남북관계는 대부분 중단됐고 오히려 북한에 무시만 당하고 있다. 실망스럽지만 국제관계에서는 아직 선의보다 압박이 더욱 유용하다. 북한이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 나선 것도 지난 2017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이 거셌기 때문이다. 2005년 북한이 ‘9·19공동성명’에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6자회담 국가들의 일치된 압박 때문이었다. 경제적 번영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으로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유도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핵무기를 즉각 폐기하거나 해외로 반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자제했다. 그렇게 하면 협상이 깨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핵실험장, 미사일시험장, 핵 관련 시설 폐기 등 부담이 적은 조치부터 시작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나 약속은 일회성으로 효과만 과시했을 뿐이다. 그 결과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북한은 핵무기 폐기를 거론조차 하지 않은 채 영변의 핵 생산 시설을 폐기하는 정도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와 바꾸고자 했고 그 결과 협상도 결렬되고 말았다. 북한이 강한 압박을 느낄 때 현존하는 핵무기부터 폐기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면 협상은 힘들더라도 성과는 현재보다 컸을 것이다.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핵무기 폐기는 통상 ‘비핵화 결심→협상→보유 핵무기 폐기→핵무기 생산능력 제거→핵무기 개발 동기 제거’의 과정을 거친다. 스스로의 핵 포기 결심과 기존 핵무기 폐기가 최우선이고 핵심이다. 옛소련 시대에 배치된 핵무기였지만 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은 모두 위와 같은 순서를 따랐고 최우선으로 핵무기를 해외로 반출해 폐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스스로 폐기함으로써 협상은 없었지만 그 외에는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우크라이나의 경우도 스스로 먼저 핵 포기를 결심한 후 미국과 협상했고 협상 후 모든 핵무기 설계 정보와 핵물질을 미국에 즉각적으로 공수했다. 이런 점에서 이제 한국은 북한에 내부적으로 핵 포기 여부를 치열하게 토론해 공식적으로 결정한 후 국제사회에 공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핵 포기 의도를 확신할 수 없고 어떤 협상도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대화로 그것을 유도할 수 있다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국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 군사·경제·인권 차원의 압력을 가중시키는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 포기를 하지 않을 경우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것임을 자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북한이 반발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더라도 궁극적으로 비핵화에 성공해 장기적인 민족 공영을 보장하려면 북한이 핵 포기 결정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도발 등의 다른 위험한 대안을 선택할 수 없도록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강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 없듯 북한이 핵 포기를 결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대화와 노력도 지난 1년처럼 공허하게 끝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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