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대림동 여경 논란, '여경'이라는 표현부터 성 대결 프레임 / 조수진(교양대학) 겸임교수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5월 25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김양원 PD]
1) 미디어비평 시간입니다.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진 교수]
네,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경찰의 취객 제압 장면, 이 영상이 지난 한 주 뜨거운 이슈가 됐어요. 오늘은 이 얘기 해주신다고요.

[조수진 교수]
네, 지난 15일입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림동 경찰과 폭행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짧은 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취객의 경찰관 폭행으로 시작된 사건이 여성 경찰관 무용론까지 번지게 된 건데요,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15일부터 23일 동안 280여건이 보도가 됐는데요, 처음에는 사건상황 서술 위주로 보도가 나가다가 여경 대응에 대한 문제제기, 그리고 잘못된 내용들, 예를 들어 일반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든지...이런 내용들로 여경 신체능력 부족에 대한 문제, 그리고 급기야 여경 무용론, 더 나아가 여성 혐오현상까지로 이어졌습니다. . 

[김양원 PD]
3)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니까, 경찰청장이 입장발표까지 했죠?

[조수진 교수]
네, 민갑룡 경찰청장은 당시 경찰의 대응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밝혔습니다. 주취자 제압만을 놓고 자격 유무라든지 이것을 확대해 여성 경찰관 전체로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당시 경찰의 대응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됐구요, 

제가 16만여 회원이 가입된 한 맘카페에 미국 여경과 한국여경의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을 게시한 글을 봤는데요, 미국 여경은 멋지게 범죄자를 진압하는 장면, 그리고 한국 여경은 사투리에 댄스 추는 홍보영상인데요, 이 장면을 비교해 놓았습니다. 댓글을 보면 외모 아닌 체력으로 뽑았으면 좋겠다. 믿을 수 없다 뭐 이런 글들이 많았습니다. 

[김양원 PD]
4) 아마 그 영상은 경찰 홍보영상이었던 것 같아요. 홍보영상이다보니 경찰의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그러다보니 남성 경찰보다는 여성 경찰이 출연했고, 또 이렇다보니 강인한 이미지보다는 춤을 추는 귀여운 이미지로 표현됐었죠? 

[조수진 교수]
네, 이러한 영상을 보면 여성에 대한 경찰의 사고 방식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남성 경찰들은 강인한 이미지로, 여성 경찰들은 귀여운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일반 시민들은 이런 영상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이미지로 받아들이게 되고, 편견으로까지 작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용어 사용에 있어서도 남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진 않죠. 여성경찰만 여경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김양원 PD]
5) 네, 지금 지적하신 것 처럼 언론에서 ‘여경’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게 남, 여 프레임으로 전개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수진 교수]
용어 사용은 중요합니다. 언어 속에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는데요, 경찰뿐만 아니라 교사도 여교사로만, 교수도 여교수, 검사도 여검사로 특정해 사용되고 있죠. 

예전에 벤츠여검사..기억하실 겁니다. 우리 사회가 용어를 이렇게 사용하는 데는, 가르치는 사람은, 그리고 검사는 남자라는 이데올로기가 깔려있는 겁니다. 당연히 남자여야 하는데, 여성이 그 직종에 있으면 특이한 것이고, 그래서 ‘여’를 붙여 성별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일종의 편견입니다. 

그리고 여경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각도 내재돼 있는 겁니다. 사실 이 사건은 취객이 경찰을 폭행하는 사건, 그러니까 공권력 경시에 경종을 올리는 사건으로 비춰져야 할 문제이죠, 그런데 ‘여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남,여 프레임으로 확산된겁니다. 민주당도 ‘남,여 프레임은 사건의 본직을 짚지 못하는 소모적인 것이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양원 PD]
6) 이에 대해 지난 21일 경찰젠더연구회에서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조수진 교수]
네, 최근 여성경찰 무용론으로 번지고 있는 대림동 주취자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며, 이 사건은 대한민국에 만연한 공권력 경시풍조에 대한 경종이 돼야하고, 여성경찰에 대한 혐오의 확산으로 오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김양원 PD]
7) 어쩌다가 취객을 제안하는 영상이 여성험오로까지 이어졌을까.... 일주일 전이죠,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가 되었다고 하고요,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사회에 '여성혐오'에 대한 화두를 던진 사건이었죠, 우리사회의 혐오 문제, 특히 여성들에 대한 혐오현상, 이쯤되는 좀 심각한 문제 아닐까요? 

[조수진 교수]
네,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가 우리사회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혐오표현’의 개념은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인종적 동기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계기로 인종, 성별, 성적지향, 종교 등으로 특정되는 범주의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담은 용어로 정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이후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에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에 대해 연구 발표한 자료가 있는데요, 여기 보면 혐오표현의 유형이 차별적 괴롭힘, 차별표시, 공개적인 멸시 모욕 위협, 증오 선동으로 분류됩니다. 이번 사건도 보면 이 유형에 해당돼요, 

이런 혐오표현의 근원에는 상황을 고정관념으로 판단해 형성된 차별,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정서가 깔려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니까 인종 혐오표현이 인종주의 사상을 내재한다면, 성별을 이유로 한 혐오는 성차별주의 사상을 담게 되는 거죠. 

심리학자들은 성차별주의는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전통적 성역할 태도를 반영한 성평등 의식과 더불어 여성에 대한 폭력과 관련된 통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최근 한 연구에서 혐오표현 중 젠더 혐오표현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번 사건도 여성혐오까지 확대된 거죠. 

[김양원 PD]
8) 네, 이런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언어를 자주 접하게 하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용어 하나가 큰 영향을 미치니까요. 

[조수진 교수]
네, 그렇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6년 실시한 자료에 따르면, 혐오표현을 접하는 주된 매체가 인터넷 65.8%, 대중매체 16.5%, 사회생활 공간 7.2%, 사적 모임 3.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되는 겁니다, 

2018년 작년, 언론재단 조사에서는요, 성인 10명 중 8명이 성별에 따른 혐오 표현의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신문, 방송 등의 미디어를 통해 혐오 표현을 접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85.8%로 심각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구요, 젊은 세대일수록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이 조사에서도 역시 인터넷경로를 통해 가장 많이 접하지만, 뉴스, 예능 프로그램, 오락프로그램 등에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김양원 PD]
9) 언론 매체를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거네요. 심각한데요.

[조수진 교수]
네, 이런 현상을 뒷받침 하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는데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담은 문화 콘텐츠가 수용자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입니다. 

요즘 영화에 보면 조선족, 중국동포를 위협적인 존재로 재현한 내용들이 종종 등장하는데요, 중국동포들이 연대해 영화배급사를 대상으로 혐오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낸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현상을 설문조사한 결괍니다. 영화, 드라마에서 재현되는 내용들이 인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래서 언론에서 재현하는 장면, 사용하는 표현들이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2016년 언론재단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9%가 언론에서 문제의식 없이 사용해온 ‘**녀 사건’ 식의 이름이 여성혐오와 연관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해결방안에 대해 묻는 조사에서는 28.6%가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 매체에서 여성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를 했을 때 징계조치를 해야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60%이상이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언론의 젠더 프레임’을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정치적 노선에 차이를 보이는 진보, 보수 언론이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서는 선정적, 가부장적 가치에 기반한 남성적 관점으로 유사하게 공통점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사건과 연계해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요, 언론이 이번 사건에 대해 사건명을 여경사건이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왜곡된 이미지가 재생산되지 않도록 남녀 갈등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건의 실체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김양원 PD]
10) 언론의 영향을 생각하면 더욱 신중히 다뤄야 할 사안인데, 미디어 비평에서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단어 선택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언론 당사자들이 누구보다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깊은 생각이 필요하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수진 교수]
네, 감사합니다.

[김양원 PD]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출처: https://www.ytn.co.kr/_ln/0103_201905271056421365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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