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A형 골퍼, 꼼꼼하고 인내심 강해”… 긍정적 관념이 ‘최고’ 만들어 / 최우열(체육대학)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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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심리학과 고정관념 효과 박세리·신지애·유소연·전인지 혈액형 성격, 과학적근거 없지만 부정적인 ‘고정관념 효과’ 아닌 질문 하나. 다음 골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구옥희, 고우순, 박세리, 전미정, 신지애, 최나연, 지은희, 허미정, 박희영, 한희원, 유선영, 유소연, 이미림, 전인지, 김세영, 이보미, 김하늘, 배선우, 이정은6…. 모두 미국과 일본 프로투어에서 이름을 떨쳤거나 떨치고 있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여자골퍼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의 혈액형이 모두 A형이라는 점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뛰어난 여자 골프선수 중에는 유난히 A형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 순위 상위 20명 중 40%인 8명이 A형으로, 한국인 전체 A형 평균 비율 34%를 넘는다. 201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상금 순위 상위 20위 내에 든 한국 여자골퍼 중 A형의 비중은 무려 50%에 이른다. 혈액형 성격설에 따르면 A형은 꼼꼼하고 성실하며 책임감과 인내심이 강할 뿐 아니라 계획적으로 행동하고 절대 모험을 하지 않으며 안정성을 추구한다. 성실성과 인내심은 스포츠 심리학자들이 꼽는 스포츠에서 선수의 성공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성격 특성이다. 그뿐 아니라 사전에 꼼꼼하게 코스 공략 계획을 세워 이를 철저히 지키고, 모험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플레이하라는 것은 위대한 골프 챔피언들의 공통된 가르침이다. 만약 혈액형 성격설이 진짜라면 A형은 골프에 최적화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혈액형 성격설은 70년대 일본의 한 작가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과거의 우생학적 주장들을 끌어모아 만든 조잡한 사이비 과학에 불과하다. ABO식 혈액형 분류법은 우리 혈액 내에 있는 적혈구 표면의 단백질 분자 구조에 따라 나타나는 항원·항체반응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과학적으로 적혈구 표면의 단백질 분자 구조와 성격이 관련돼 있을 가능성은 시쳇말로 ‘1도’ 없다. 혈액형 성격설이 엉터리라면 유독 뛰어난 여자골퍼 중 A형이 많은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회심리학 이론 중에는 ‘고정관념 효과’가 있다. 고정관념이란 ‘여성은 수학을 못한다’(성), ‘백인은 농구를 못한다’(인종), ‘아시아인은 학업 성적이 좋다’(민족), ‘은행원은 꼼꼼하고 성실하다’(직업군)처럼 어떤 집단의 특징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일반화된 믿음을 말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런 고정관념은 해당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여학생은 대체로 남학생보다 수학에 약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수학 시험을 치르기 전에 자신의 성별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여학생의 성적은 남학생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시험을 수학이 아닌 문제해결시험이라고 하고 치르게 하자 남녀 학생의 성적 차이는 사라졌다. 고정관념이 항상 나쁜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또 그 내용이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에 따라 해가 되기도 하고 득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수학 능력에 대한 고정관념처럼 해가 되는 경우를 고정관념 위협이라고 하고, 득이 되는 경우를 고정관념 이득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은 공부벌레고 수학을 잘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시험 전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떠올리게 하자 성적이 향상됐다. 이는 고정관념 이득의 예다. 혈액형 성격설도 혈액형마다 전형적인 성격 특징이 있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고정관념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혈액형 성격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사실로 믿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2017년 한국갤럽이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6명이 이런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한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수 선발에 혈액형을 고려한다고 해서 큰 논란이 된 적도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혈액형 가운데서도 특히 A형인 사람들이 혈액형 성격설을 더 많이 신봉한다는 점이다. 한국 여자골퍼 중 유독 A형이 많은 것도 이런 고정관념 효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결과는 아닐는지, 추측할 순 있다. 즉 A형의 전형적인 성격 특성을 자신의 성격으로 믿을 경우 골프라는 종목의 선택부터 연습 방법과 라운드 전략의 결정까지 그 믿음이 알게 모르게 골퍼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다면 A형 한국 여자골퍼들의 맹활약은 자신의 성격이 골프와 잘 맞는다는 암묵적인 믿음과 확신이 결과적으로 자신감과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고정관념 이득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62401032839000003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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