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이호선 교수 “화이트리스트 배제, 일본 국내법에도 반한다”/ 이호선(법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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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수출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일본 국내법에도 반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의 이번 규제조치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배상 판결이 직접적인 이유이며 불화수소 북한 유출 의혹 등은 보복을 위한 허상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자와 관련, 지난달 전국의 현직 법학교수 21명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판결금 채권을 우리 정부가 양수할 것과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주의 국제 규범에 정면으로 위반되므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국을 안보위험 국가로 분류·규제? 법적 근거 빈약” 이같은 입장표명에 참여했던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 교수(변호사)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7월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에서 발간한 「안전보장무역관리에 관한 지침」에 의하더라도 일본이 안보를 이유로 한국에 대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은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규제의 근거가 되는 일본의 「외환 및 외국무역법」 제48조는 수출허가를 담고 있다. 수출 규제의 큰 원칙은 물품 규제와 도착지(사용자) 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도착지와 무관하게 물품 규제를 두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지침에서 실제로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이 따랐던 주요 위반은 ▲2018년 1월. 적외선 카메라 무허가로 중국 수출 ▲2017년 7월. 이란에 대한 유도등 무허가 수출 ▲2015년 6월. 탄소섬유의 한국 우회 중국 수출 ▲2011년 3월. 굴착기, 중국 우회 북한 행 ▲ 2009년 11월. 자기장 측정 장치 등 말레이지아 우회 미얀마 행 ▲2009년 8월. 대형 탱크로리, 한국 우회 북한 행 ▲2009년 7월. 공작기계, 측정데이터 변조, 성능 낮은 제품 한국 수출 ▲2007년 6월. 말레이지아 수출 3차원 측정기 리비아 핵시설에서의 발견 ▲2007년 3월. 무인 헬기 중국 수출 미수 사항이다. 이 교수는 “규제 대상 도착지의 경우 이 지침이 들고 있는 주요 대상은 북한, 중국, 리비아, 이란, 이라크, 미얀마 등이며 특정 물품이 이 국가로 직접 들어가거나 우회하여 들어가는 경우를 규제하고 있다”며 “한국이 북한으로의 우회 수출지역으로 활용된 사례는 2009년 한 건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이 지침에서 시나리오처럼 작성한 사례들이 따로 있고 이 역시 미국과 일본에서 있었던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한국을 안보 위험 국가로 분류해 규제하는 근거로는 매우 빈약하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우리 경제, 무역 관련 부처들은 이러한 일본의 잘못된 주장을 WTO나 국제 사회에 알려서 우호적 여론을 환기시켜야 할 것”이라면서 “외교 협상 라인에서는 내상이 더 커지기 전에 상대에게 약간의 명분을 주어 퇴로를 찾게 해야 한다”고 했다. 법학 교수들 중에서도 우리 정부의 판결금 채권의 양수가 윈윈의 현실적 해법이라고 동의하는 이들이 있듯이 사법 주권의 자존심도 세우고 경제 갈등도 봉합하는 길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호선 교수는 1965년 한일협정 ‘무상차관 3억불’의 성격이 보상인지, 배상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할 것을 강조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소위원회 회의록에 보면 우리나라 대표가 ‘한국인을 징용한 것’을 문제 삼자 일본 대표가 ‘그렇다면 일본인으로서 간 것이 아니란 말인가?’라며 반문하는 내용이 있다. 이 교수는 “한일합방이 불법이었기에 한반도에 사는 백성이 한 번도 합법적으로 일본인이 된 적이 없다는 것이 우리측 입장이었다”며 “이 협정에서 일본이 기를 쓰고 피하려던 말이 ‘배상’이었고 우리가 절대로 써서는 안 될 말이 ‘보상’인데, 보상은 ‘일본인으로서’ 징용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강제징용 한국인들을 ‘일본인으로 둔갑시키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하고 자칫 신중치 못한 언어선택으로 일본에 빌미를 주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원문보기: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1841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별도의 저작권 요청을 통해 게재 허락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