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외환딜러, 신한은행 박애련과장 / 동문(경제42회)
[돈의 세계] "돈이 돈으로 보이면 이일 절대 못하죠"

'돈, 돈, 돈, 그리고 또 돈….'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한 '로또 광풍'이 잘 말해주듯 돈은 언제나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다. 2004년 신년 소망 가운데도 건강과 함께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는 기원이 가장 많을 것이 분명하다. 인간이 돈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돈이 인간을 만드는 세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우리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돈. 2004년 갑신년 새해의 희망찬 시작을 앞에 두고 바로 그 돈의 세계를 이끄는 두 사람을 만나봤다. / 기획취재팀


▷ 외환 딜러 박애련 과장

신한은행 본점 홍일점 활약… 여상 학벌극복 당당히 승부


신한은행 본점 자금시장부의 홍일점 외환 딜러 박애련 과장(36).


그녀는 하루에 적게는 500억원에서 많게는 1600억원에 이르는 돈을 만지는 외환 시장의 '큰 손'이다. 일반인들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엄청난 거액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는' 그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업무하는 모습은 의외로 산만하다. 수많은 모니터들을 정신없이 힐끔힐끔 바라보며 순간순간 변화하는 숫자들과 그래프들을 체크하고 동시에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도 받는다. 이렇게 400여명에 이르는 고객들을 관리하며 한 달 평균 7억~8억원의 순이익을 낸다.


그렇다고 해서 번 만큼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일반 직원들보다는 조금 더 받고 있지만 연봉은 1억원이 조금 안 된다"는 것이 그녀의 답변이다. 수 억원 정도를 벌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부 외국계 은행의 딜러들은 실적에 따라 엄청난 돈을 벌기도 한다는 것이 박 과장의 설명. 이에 비해 국내 은행의 외환 딜러들은 대개 연봉 외에 특별 보너스 정도라고 한다.


박 과장의 모습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국내 최고 학부 졸업, 외국 유명 대학 학위 등 외환 딜러하면 떠오르는 단어들과 거리가 멀기 때문. 외환 딜러라는 멋진 직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상(서울여상) 출신이다. 국민대 경제학과 졸업장이 그녀가 내밀 수 있는 학력의 전부다.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쟁쟁한 학벌과 경력을 가진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계발. 현재 두 아이의 엄마로 안정된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일에 미쳐 결혼(1997년)도 늦었다"며 행복한 투정을 했다.


정지융 기자 jerry@dailysports.co.kr

사진=김영렬 기자 challa@dailysports.co.kr


▷ 화폐 디자이너 김종희 연구원

예쁜 돈보다 위폐방지 최선… 산수화 기법으로 '한국의 멋'


'화폐 디자이너'를 아십니까.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별관 4층 디자인실에는 한국에 21명뿐인 희귀 직업의 소유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화폐를 다양한 테마로 디자인하는 화폐 디자이너들이다.


디자인실은 공사 직원들도 함부로 들어설 수 없는 보안구역이다. 돈 제작에 관한 비밀이 담겨 있기 때문.


상당히 까다로운 보안절차를 거쳐 어렵사리 들어선 디자인실은 여느 일반 디자인실과 다를 게 없다. 한 사람씩 독립된 부스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약간 어수선한 느낌을 준다.


이 곳에는 일반 디자인실과 다른 특별한 공간이 있다.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금고 2개다.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이 금고 안에는 화폐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보안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바로 이 보안요소가 화폐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안내를 맡은 6년차 베테랑 디자이너 김종희 씨(32)는 "돈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폐방지 요소를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옛 위인들의 영정을 동판조각하느라 여념이 없다. 화폐 디자인은 모델 선정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


김 씨는 "한국은행에서 인물을 선정하면 그 인물에 대한 표준 영정을 만든 후 철저한 고증을 통해 관련 사적이나 유물을 사용해 디자인한다"며 "화폐 모델로 선정될 만한 위인의 표준 영정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디자인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인물과 화폐에 들어갈 사적이 결정되면 본격적인 디자인에 들어간다. 여기서 디자이너들은 한국 산수화의 부드러운 선을 사용해 한국의 맛을 최대한 살려낸다.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돈)을 디자인하는 화폐 디자이너들. 베일에 싸여 있지만 어쩌면 대중과 가장 가까운 디자이너가 아닐까 싶다.


대전=강봉구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mgkim@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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