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올바른 스윙 알아도 피드백 없다면 ‘1만 시간 연습’도 헛수고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노력해도 왜 늘 백돌이일까

자신의 스윙 오류 고치지 않고
그저 많은 공을 치는 노력은
낮은 수준 수학 반복해 풀고
유명 수학자 되려는 것과 같아

한자리서 공 수백개씩 치며
실력 향상 막연한 기대는 금물

가까운 지인 중 꽤 오랫동안 함께 골프를 즐긴 분이 있다. 명문대 출신인 그는 골프 열정이 엄청나 실력 향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유명하다는 국내외 골프 교습서나 유튜브 동영상은 몽땅 구해 살펴보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거의 매일 연습장을 찾는다.

문제는 들이는 노력에 비해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골프를 시작한 친구들은 벌써 80대를 치고 있고 그 중 몇몇은 소위 ‘싱글’의 반열에 올랐다. 가끔 드라이버가 잘 맞는 날이면 90대를 기록할 때도 있지만, 그는 몇 년째 100타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하도 실력이 늘지 않아 ‘타고난 재능이 부족한가’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급기야 학창시절 자신보다 운동신경이 둔했던 몸치 친구에게까지 내기골프에서 밀리자 초조함과 좌절감은 한계에 다다랐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놈의 골프, 이제 그만 때려치울까 보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새 다시 연습장에서 공을 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혼자 헛웃음을 짓곤 했다. 학교 다닐 땐 그 어렵다는 미적분도 혼자서 척척 풀던 그인데 골프는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실력이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2008년 출간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미국의 작가 맬컴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는 이러한 사람들의 믿음에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른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신화다. 글래드웰의 주장에 따르면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 역사상 최고의 록밴드 비틀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을 1만 시간의 법칙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사실 글래드웰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다. 인간의 능력 향상과 전문성 습득 과정에 관해 30년 가까이 연구해온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안데르스 에릭손 교수의 논문을 읽고 글래드웰이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을 만든 것이다. 정작 에릭손 교수는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려면 오랜 시간에 걸쳐 엄청난 양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1만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말한다. 몇백 시간의 연습만으로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바이올린 연주 같은 분야에선 최고가 되기 위해 무려 3만 시간에 가까운 노력이 필요하다. 또 같은 분야라도 사람에 따라 최고에 이르는 시간은 다양하고 편차도 크다.

무엇보다 1만 시간 법칙의 가장 큰 문제점은 누구나 특정 분야에서 1만 시간만 보내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주는 데 있다고 에릭손 교수는 지적한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노력하느냐는 연습의 질적 측면보다는 1만 시간이라는 양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연습을 많이 하면 실력이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한자리에서 같은 클럽으로 계속 100개, 200개의 공을 친다. 하지만 그저 무언가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실력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고만고만한 수준의 수학 문제를 반복해 푼다고 해서 세계적인 수학자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에릭손 교수에 따르면 연습을 통해 골프 실력을 높이고 싶다면 딱 두 가지만 알면 된다. 먼저 올바른 골프 스윙 동작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에릭손 교수는 이를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이라고 불렀다. 쉽게 말해 골프 스윙을 할 때 몸의 자세나 움직임이 정확히 어떠해야 하고 또 어떤 느낌이어야 하는지를 머릿속으로 명확히 그리거나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일수록 이 심적 표상이 매우 정확하고 정교하다.

다음으로 자신이 실제로 스윙을 어떻게 하고 있고 또 이것이 자신의 심적 표상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자신의 실제 스윙과 심적 표상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정보가 바로 피드백이다.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연습 때마다 매번 새로운 개선 목표를 세워 오류를 수정해 나갈 때 비로소 실력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대다수 골퍼는 정확한 심적 표상과 피드백 없이 그저 많은 공을 치는 것을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지만, 매번 똑같이 하면서 결과가 다르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바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내린 바보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02301032439000001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