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책과 사람] ‘화가처럼 생각하기’ 낸 김재준 국민대 교수(국제통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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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04-09-09 15:36
창의적인 인간이 되고 싶은가? 당장 종이를 꺼내들고 그림을 그려보라. 김재준 (44·국민대 경제학부) 교수는 창의력을 키우는 지름길을 미술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경제학자이자 요리·오디오 평론가인 동시에 화가. 삶 자체가 직업과 예술을 화해시킨 성공사례라 할만한데 뜻밖에 그는 중·고교 시절 미술을 지독히도 싫어한 공부벌레였다. 20대 후반 ‘나는 왜 그림을 못 그릴까’ ‘내가 가진 능력의 한계는 무엇일까’라는 호기심에 붓을 잡은 김 교수는 10여년만에 개인전을 두 차례나 연 프로 화가가 됐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신하는 과정에서는 그는 경제학자 김재준도 함께 ‘버전업’시키는 창의력이라는 신천지를 발견했다. ‘화가처럼 생각하기’(아트북스)는 김 교수가 체험미술 프로그램인 ALS의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을 담은 책. 화가되기 체험을 통해 창의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찾는,일종의 자기 계발서다. 김 교수의 체험미술 프로그램은 기술 대신,화가처럼 생각하는 법을 훈련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사실 기술과 지식이 쌓인다고 멋진 창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프로 화가처럼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아내는 것. “아이디어를 표현할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아본 경험,즉 능동적인 생산자가 돼본 경험이 창의력의 핵심”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말 실용적인 것은 실용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그는 “예술이 창의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창의력 고갈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가장 실용적인 분야가 바로 예술”이라고 말한다. 책은 다른 한편으로 예술,그중 난해하기로 악명높은 현대 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훈련법을 제안한다. 과거의 미술이 손으로 만들고 눈으로 감상하는 것이었다면 현대 미술은 작가가 던지는 질문을 이해하는 게 관건. 작가의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위해 화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을 생산하는지 몸으로 느껴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현대 미술 입문서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겁에 질려 있어요. 작가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거죠. 하지만 직접 화가가 되보는 순간 두려움이 사라져요. 작가의 입장에서 작품을 보면 그때부터 맘에 드는 그림과 그렇지 않은 그림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창의력으로 가는 길이 미술에만 있는 건 아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창의력의 핵심에는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까다로운 사람이란 오감을 활짝 연 채 세상을 관찰하고,사물의 이면을 볼 줄 알며,새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 “학생들에게 지금 먹은 음식에 대해 1분 동안 말하게 하거나 음식의 맛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보라고 주문합니다. 소리를 언어로,맛을 시각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통해 민감해질 것을 주문하는 거죠. 그때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이 보이고 사물의 또 다른 의미가 이해되기 시작할 겁니다. 그게 창의력입니다.” 이영미기자 ymlee@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