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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팬덤 만든 펭수…공감과 참여는 브랜드를 춤추게 한다 / 고한준(언론정보학부) 교수

SNS 참여 이벤트로 팬층늘리며 인도 배달앱시장 앞서간 스위기  
올해의인물 선정된 캐릭터 펭수 EBS 주시청자 넘어 성인층 매료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풀전략의 중요성이 점차늘어나

공공장소에 가면 `PUSH`나 `PULL`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는 출입문을 종종 볼 수 있다. 출입문을 밀거나 혹은 당기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푸시(Push)와 풀(Pull)의 의미는 광고나 마케팅에서 말 그대로 소비자를 `밀고 당기는` 전략으로도 오랫동안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프로모션 활동은 푸시 전략에 기반을 두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페이드 미디어에 광고를 집중적으로 많이 노출시키거나 세일즈 프로모션을 통한 혜택을 제공하며 수요를 창출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밀어붙이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며 구매 의사 결정에 있어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언드 미디어(Earned Media)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향상되면서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공감하고, 의도한 행동까지 하도록 `당겨주는` 풀 전략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풀 전략을 기반으로 임팩트 있는 캠페인이나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기업이나 브랜드의 팬이 되도록 만들어준 사례를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음식 배달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인도에서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간 경쟁은 치열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스위기는 핵심 사용자층인 18~35세를 대상으로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고자 `배고픈 목소리 챌린지(Voice of hunger challenge)`라는 흥미로운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이 시작한 보이스 메시지 기능에서 음성 메시지의 파동이 바코드처럼 보이기도 하고, 음식 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에 착안해 목소리 높낮이를 조절해서 피자, 아이스크림, 생선 등 배달 음식 모양을 조합해 응모하는 것이다.


사진설명인도 배달 앱 스위기의 `Voice of hunger challenge` 캠페인. [사진 = 스위기 유튜브 캡처]

스위기는 이벤트에 대중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참여 장벽을 낮췄고, 사진이 아닌 목소리로 참여하도록 해 재미 요소를 더했다. 독특한 작품(?)이 인스타그램에 등록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답변을 주거나 무료 쿠폰을 제공했는데,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15만건 이상의 도전작이 등록됐고 4만명 이상의 밀레니얼 소비자가 스위기 계정을 새롭게 폴로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스위기는 소비자의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상호작용을 통해 제공하면서 브랜드 팬을 확대해 나갔으며 손가락 끝으로 선택이 결정되는 앱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의 `우리에게 혁신은 자연스럽다` 캠페인. [사진 = SK이노베이션 유튜브 캡처]

최근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한 회사의 성장 전략을 담은 기업 PR 광고를 제작하면서 평소 업태와 다소 거리감이 있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에너지 화학 기업의 기술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자원 개발이 아닌 인류와 지구가 더 오래 공존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초경량 자동차 소재, 차세대 모빌리티 윤활유, 태양광발전 주유소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들을 소개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은 소개 영상에서 1984년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은 장수 프로그램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주제곡을 개사해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여러 동물이 다양한 목소리로 감탄사 `우~와~`를 외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이 노래가 유튜브 광고로 재탄생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동영상은 친환경이라는 메시지를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를 통해 친근한 방식으로 전달했으며, 이와 더불어 1980년대 인기 프로를 떠오르게 만드는 뉴트로(new-tro) 감성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서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의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국내외에서 1억2000만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어린이들이 광고를 보고 음악을 따라 부르는 모습을 촬영해 개인 SNS에 자발적으로 업로드한 영상도 수백 건 올라오면서 소비자가 스스로 SK이노베이션에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교육방송 EBS 또한 자사의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에 등장하는 펭수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자발적인 소비자의 참여와 확산을 이끌어내고 있다. 펭수는 다양한 역발상 시도를 통해 다른 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제성이 부족했던 EBS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먼저 펭수는 EBS 연습생이라는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소비자와의 접촉점을 확대하고 있다. EBS라는 채널 안에서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공중파나 종편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초대 손님으로 등장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캐릭터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또한 펭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설정한 동물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중에 EBS 사장 이름을 거침없이 부르거나, 직장인들의 애환을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 저연령층과 학생층에 머물렀던 EBS의 시청자 폭을 성인층으로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결과 펭수가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광고나 패션 화보 모델로 등장하면서 방송·연예 분야 올해의 인물에까지 선정되는 화제성을 불러오게 된다. 이전까지 보수적인 이미지와 한정된 연령대의 시청자가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EBS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면서 지금까지 실행하기 어려웠던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됐고, 그것이 현재 소비자가 선호하는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면서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와 선호를 이끌어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와 같이 음성 메시지를 소리가 아닌 이미지로 보고 즐기도록 하거나, 누구나 아는 노래에 중의적 메시지를 담아 기억에 남도록 하거나, 어린이가 선호하는 동물 캐릭터를 성인도 즐길 수 있도록 설정하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에 의미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고 그 결과 핵심 타깃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은 소비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가치를 느끼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풀 전략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와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가 스스로 문을 열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원문보기: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1/26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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