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노무현 정부 2년] 상. 기고-노무현 정부 2년을 돌아본다 / 조중빈(정치외교)교무처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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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5-02-21 21:15] 노무현 정부에서는 과거 독재국가 탄압정치의 상징이었던 권력기관의 전횡을 볼 수 없게 됐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만 이야기해도 국정원의 야당 사찰, 검찰의 표적 수사, 국세청의 정치성 세무조사 등이 꼬리를 감추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군을 비롯한 정보기관의 과거 비리도 드러나게 됐고, 권력기관이 독단하던 관권선거도 어렵게 됐다. 한국정치가 진정으로 민주화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것들이다. 다 좋은데 문제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 창출과 정권 유지의 명분을 기득권 타파에 두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권력기관 때리기는 민주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정권투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성격이 강하다. 그 결과 정권적 차원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민주주의의 제도화란 차원에서는 아직 미지수다. 국정원.검찰.국세청은 권력기관이면서 동시에 국가기관이다. 민주화도 국가가 있고 나서 의미가 있는 것인 만큼 국가적 권위를 실추시키지 않는 가운데 '권력성'을 도려내야 하는데 이는 노무현 정부의 관심 밖에 있는 듯하다. 더 큰 문제는 구시대의 권력기관이 퇴조하는 가운데 새 시대의 권력기관이 당당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기관 특히, 방송사가 그것이다. 억압의 시대에는 군.검.경.정보기관이 폭력을 휘둘렀지만 가시적이기 때문에 저항의 표적이 될 수 있었다. 설득의 시대에는 방송이 폭력을 휘두르지만 은폐돼 있기 때문에 저항도 못한다. 소위 '땡전 뉴스'보다 더한 상징 조작이 있어도 감지하지 못한다. 물론 언론기관의 장악은 인사권의 장악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권력기관 타파로 이룩한 민주화는 언론기관의 권력기관화로 그 성과가 반감되면서 노무현 정부의 민주화 의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정치와 권력기관의 관계는 이렇게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어 겉만 보아서는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경유착의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단순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정치에서 돈을 추방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이전의 어느 문민정부에서보다 진전을 보이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절대 받지 않겠다고 공언을 하고서도 대통령 스스로 자금을 관리하든가, 아니면 측근으로 하여금 대행하게 하던 일, 그렇게 모아서 쓰고 남은 돈으로 퇴임 후를 보장하던 일 등은 이제 상상하기조차 힘들게 됐다. 이 점에 있어 노무현 정부의 개혁 성과는 전반적으로 보아 긍정적이고 그 개혁 의지도 의심할 이유는 없다. 조중빈 국민대 교수.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