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마음속에는 등교 개학 지연을 넘는 여러 걱정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 확진자가 나오면 그 학교의 시험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봉사나 동아리활동이 부족하게 될 학생부로 재수생과 경쟁이 가능할까요? 더 무서운 질문도 있습니다. 올겨울에 2차파동이 온다면 수능이 가능할 것이냐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수능은 무려 50여만명이 한날한시에 치르는 시험입니다. 겨울이기 때문에 난방이 불가피한, 밀폐된 공간에 수험생들이 밀집하게 됩니다. 대학의 논술전형과 면접전형도 불안합니다. 만약 올해 수능을 비롯한 대학입시에 큰 차질이 생긴다면 그것은 고3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파급효과는 재수생, 고2, 그리고 대학에까지 미치게 될 수밖에 없고, 커다란 혼란과 경제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과문한 탓인지, 교육부나 교육청은 등교 개학 일정이나 학교 내 소독과 같은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듯합니다.

 

교육당국은 대입전형에서 비상 상황이 생길 때에 대비하고, 이에 대한 지침을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는 고등학교 생활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 수시와, 수능성적을 중심으로 한 정시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시에서는 고3 생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 정시에서는 수능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이 수시전형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의 학생부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고등학교 3학년의 학생부는 일부 참고자료로만 사용한다면 등교 개학을 코로나 상황에 따라 중단하게 되더라도 입시가 가능합니다. 수능의 경우에도 그 출제범위를 2학년때까지의 교과진도를 중심으로 하고, 수능최저기준을 평가원 모의고사로도 만족시킬 수 있게 하거나 수능을 2, 3회 보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능의 과밀화나 특정 시기의 코로나 파동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수능을 나누어 보더라도 성적은 표준화, 등급화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불이익은 거의 없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교육부의 정시 확대 지침이 감염병시대에 적절한 것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의 입시관계자들은 이미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도상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등교 개학이 지속되거나 중단된 각 고등학교 별 상황을 반영하여 학생부를 평가할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들에 이런 유연성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부가 뭔가 대안을 만들지 않는다면, 고3 학생들은 매일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수능을 못 보거나, 학교가 문 닫아 성적이 없는 학생마저 등장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이 지금 등교 개학에 대해 거의 공포감 수준의 염려를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교육부와 각 교육청은 올해 대학입시와 등교 개학 운영에 대해 보다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만 합니다. 현재를 비상상황이라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막연한 낙관의 틈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잔인한’ 녀석이라는 것을 이미 우리는 잘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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