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시비비]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대북정책 / 조영기(정치대학원) 초빙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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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높아진 국격(國格)만큼이나 남북 대화와 협상에서의 당당함도 요구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남북 대화와 협상에서 저자세로 일관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빈번히 봐온 국민이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주눅들 이유가 없는데도 당당함을 잃어버린 정부 태도 때문이다. 물론 대화와 협상의 단절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당당함을 잃어버린 순간 협상의 주도권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시쳇말로 대화와 협상의 기본은 '밀당(밀고 당기기)'이라고 한다.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어 먼저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것도, 상대에게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나의 약점이 노출돼 얻는 것보다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밀당의 기본이다. 물론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이런 밀당의 기본은 남북 관계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밀당의 기본을 무시한 채 대화와 협상에 매달리는 모습만 연출해왔다. 이로 인해 성과는 고사하고 주도권마저 잃어버린 현실은 더 큰 문제다. 과거에 대한 반추는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다. 지금까지 남북 대화와 협상이 실질적 성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를 반복한 것은 평화 이론의 성공 조건을 무시한 결과다. 따라서 평화 이론의 환상에서 벗어나 평화 이론의 성공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협상 성공의 조건은 지금까지의 협상의 관행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협상의 관행은 남북한이 직면한 입장이 어떤가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또한 바뀌어야 한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막힌 대화 창구를 열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진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이 협상에 대한 조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내 임기 5년 내에 성과를 내겠다'라는 조급증이 실패의 원인이었고, 우리의 조급증이 북한 체제의 절박감을 완화ㆍ해소해줬다는 점도 역사적 사실이다. 이는 우리가 조급증을 버리면 북한이 직면하는 협상에 대한 절박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한국 주도의 협상도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조급증 유지 여부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 지금의 조급증은 장기적 안목에서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은 긴 안목에서 조망하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래야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성공을 통해 한반도의 '취약한 평화'를 '건강한 평화'로, 주권부재(主權不在)의 김일성 민족에서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자유민주적 민족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조영기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초빙교수·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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