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마음을 비워야 주가 보인다" / 피데스증권 전무 김한진(무역34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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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005-04-18 14:12] "공을 쫓지 말고 공이 가는 곳을 보라." 축구 감독이 하는 말이 아니다. 애널리스트 8년, 이코노미스트 12년 등 리서치에서 20년을 보낸 김한진(45) 피데스증권 전무가 개인 투자자에게 주는 조언이다. 공을 잡으려는 집착에 모든 사람들이 공에 달려들 때 한발 앞을 생각하면서 공이 떨어질 자리를 지키라는 것. "주식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김 전무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시장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자에게 기회가 보인다는 지적이다. 김 전무는 이코노미스트면서도 경제(거시)에서 시작해 기업(미시)으로 접근하는 '탑다운'(Top-down) 전략보다 개별 기업에서 출발하는 '바텀업'(Bottom-up) 전략을 강조한다. '바텀업'이 경험상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주식시장에서 개인, 기관, 외국인 가운데 돈 번 사람은 외국인들 뿐이다. 외국인들의 전략은 좋은 주식을 사서 묻어두는게 다였다. 개인들이 주식투자로 돈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도 장기적인 관점의 '매수 후 보유'(Buy & Hold) 전략이다. 기관과 달리 개인은 거래량이 작은 우량 중소형주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유리한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답지 않게 종목을 강조하는 김 전무는 1986년 이후 줄곧 리서치 부서에서 일해왔다. 국민대 무역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국제경제학 박사 과정 2학기 때 신영증권에 입사했다. 조사부장이었던 정종렬 현 동부증권 사장 아래에서 당시로는 주요 업종이었던 도소매(무역), 금융 업종 애널리스트를 맡았던 김 전무. 92년 박사 학위를 받은 뒤 94년 조사부장 자리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이코노미스트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김 전무는 주식투자의 바이블로 불리는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우라가미 구니오)을 국내에 소개하는데 참여했다. 이 책의 핵심 논리인 '유동성 장세-실적 장세' 등의 개념을 국내 시황 분석에 처음 적용한 것도 바로 김 전무였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들어선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던 당시 김 전무는 "원화가 절하되면 수출 경기가 살아나기 마련이다.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 외국인도 돌아온다"며 선도적으로 낙관론을 펼쳤고, 이는 결국 들어맞았다. 이후 삼성투자신탁운용을 거쳐 피데스투자자문으로 옮겨왔고 지난해 피데스증권으로 옮겨왔다. 김 전무는 늘 겸손하고 조심스러워 '증시의 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년째 리서치맨으로 일하면서 김 전무가 얻은 교훈은 시장을 항상 잘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는 항상 '더 적게 틀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전무의 또 하나의 별명은 '그래프의 달인'이다. 보고서에 많은 그래프를 넣어서가 아니라, 한두개의 그래프 만으로 간결하게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경제와 시장을 전망하는 김 전무의 논리 역시 단순하다. "단기적으로 금융리스크가 높다.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지나치게 풀려있던 유동성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의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까지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는 다만 장기 전망에서는 낙관론을 지킨다. "앞으로 4~5년간 중국의 임금이 크게 높아지면서 소비력 역시 확대될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고용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 때무에 장기적으로는 전세계적인 소비경기가 개선 추세를 보일 것이다." 김 전무는 후배 이코노미스들에게 "시장을 적극적으로 예측하려고 하지 마라"고 충고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언제나 쿨해야 한다. 시장은 소극적으로 예측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투자자들의 종목 선택을 돕기 위해 거시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또 주식투자에서는 때로 숫자보다 직관을 믿어야 한다는게 김 전무의 지론이다. "주식투자는 과학과 예술의 중간 영역이다. 논리나 숫자만으로는 시장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직관을 기르기 위해 폭넓은 경험을 쌓고 역사와 철학 등을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상배기자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