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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칼럼]자동차는 '아이폰'이 아니다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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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애플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 사용설명서도 없이, 척척 감기는 직관적 사용성에 모두가 열광했다. 그렇게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후 애플 아이폰은 모든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관심 대상이 되면서 모든 기기는 직관적 사용성이 과제가 됐다. 개발자, 디자이너, 소비자 모두 사용설명서는 잊었다. 지금의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운전자주행보조장치(ADAS)와 자율주행, 헤드유닛과 디지털 클러스터가 진화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기능 하나하나를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어쩌면 운전석에 앉아서 '무작정' 또는 '직관으로' 기능을 조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경우엔 기능을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ADAS와 자율주행 기능은 매우 복잡하게 진화하고 있어 더욱더 그렇다. 같은 해에 나온 차량이라 해도 차종별로 기능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같은 차종이라도 판매 국가별로 기능이 다르거나 연식에 따라 기능이 상이한 경우가 많아졌다. 정숙주행장치(CC), 적응식정숙주행장치(ACC),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차로이탈자동복귀장치(LKAS), 차로유지보조장치(LFA) 등 일반 사용자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용어의 기능이 조금씩 차이를 두면서 들어가고 있다. 고속도로 기준으로 설계된 자율주행 2단계인 고속도로 주행보조장치도 차종에 따라 기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앞으로 관련 기능이 더욱 복잡해지고, 차종이나 연식에 따라 기능이 서로 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어느 때보다도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시점이다. 자동차와 운전자가 기능을 나눠 역할을 분담하는 상황에서 작동하고 있는 기능의 한계와 동작 조건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 몇 해 전 독일 차량의 자동 주차 기능 사고가 이슈화 되기도 했다. 어두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판매 직원의 조언에 따라 자동 주차 기능을 작동하다가 기둥에 부딪치는 사고를 낸 것이다. 밝은 대낮에 지상에서는 잘 됐을지 모르는 기능이지만 어두운 지하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몇 달 전 미국의 모 업체는 ADAS 기능 문제로 큰 곤욕을 치렀다. 당초 후진제동보조 기능을 대규모로 강조했지만 실제 출시 차량에는 탑재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 기능을 원한 소비자들은 구매 후 낭패를 볼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는 해당 차량이 앞차와의 거리를 인식해서 당연히 속도를 줄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서 앞차를 추돌, 큰 사고로 이어졌다. 차량 판매 시 사용설명서가 제공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잘못으로 귀결되는 상황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만의 잘못일까.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 자동차 제조사와 판매사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판매자도 차량의 기능과 한계에 대해 명확히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ADAS나 자율주행 관련 기능을 탑재한 중고차에 대해서는 명확한 관리 규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자동차는 아이폰이 아니다. 제조사나 판매사도 직관성을 너무 강조해서는 안 된다. 운전하는 소비자가 직관에 따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ADAS와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되는 최근 경향에서 탑재 기능의 명확한 설명과 이해가 요구된다. 불행한 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라도 소비자 노력과 더불어 제조사·판매사의 명확한 기능 및 한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소비자에게도 제조사·판매자에게도 자동차는 결코 아이폰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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