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특별기고―김동훈] 로스쿨 도입 그 이후는 / 김동훈(법)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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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05-05-23 18:35] 로스쿨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더 가열되는 듯하다. 사개추위는 지난 16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확정,로스쿨 도입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임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이 안에는 로스쿨의 학교별 입학정원을 150명으로 하는 등 지엽적인 것만을 정했을 뿐 정작 초미의 관심사인 총정원 등은 차후에 정하기로 함으로써 갈등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되었다. 시민단체들은 이른바 ‘사법 3000 국민연대’를 출범시켜 최소 3000명 이상의 변호사 배출이라는 표어를 내세움으로써 논의의 쟁점을 단순화시켰다. 법학교수들은 법학교육의 당사자임에도 그간 논의에서 소외된 점을 지적함과 아울러 총정원제의 부당성 및 시장원리에 의한 진입과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한변협은 여전히 현재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에 준하는 정도로 로스쿨의 인원제한이 법령에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각 대학들은 자신의 학교에 로스쿨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며 경쟁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대학마다 건물을 새로 짓고 교수를 타 대학에서 스카우트해오고 특히 실무자 출신을 모시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또 동문세력을 총동원,설립유치단을 구성하는 등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과잉투자가 장차 가져올 혼란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부에서는 이런 혼란상을 보며 로스쿨 도입이 과연 우리에게 바람직한 것인가 회의를 표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물론 로스쿨 도입만이 능사는 아니며 나름대로 문제도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독특한 환경에서 발전된 제도이기 때문에 한국형 로스쿨을 만든다 해도 우리 토양에 뿌리를 내리려면 해결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럼에도 로스쿨이 도입되어야 한다면 그 이유로 나는 ‘시험에서 교육으로’라는 인재양성 패러다임의 변화를 들고 싶다. 한 마디로 과거시험의 전통으로부터 작별하는 것이다. 어느 분야든지 인재 충원은 일정 기간의 충실한 교육과정의 이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지금처럼 교육과정과 무관한 일회적 시험으로는 안된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황폐화하며 폐쇄적인 수험생활을 통해 시험적합성만 단련한 우스꽝스러운 인간상을 배출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어떤 형태의 로스쿨 도입이 이루어져야 하고 또 도입 이후 운영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우선 여전히 합의를 못보고 있는 총정원제의 문제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총정원의 개념을 완전히 버리는 것이다. 법률교육시장을 개방,능력이 있는 교육기관은 누구나 참여케 하고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 퇴출되게 하는 것이다. 양보하여 지금까지 일종의 면허제 방식에 대한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혼란이 두렵다면 로스쿨 입학정원을 획기적으로 증원하는 것이다. 이에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대로 약 3000명 선이라면 변호사직이 갖는 특권적 지위를 약화시킬 수 있고 또 현재의 우리 법학교육의 역량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선이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로스쿨 도입 이후 이를 어떻게 운영하여 정말로 경쟁력있는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 로스쿨이 마치 실무교육을 주로 하는 연수기관과 같은 곳으로 오해하는 세간의 인식도 문제다. 로스쿨에서 가르치는 법학은 엄연히 학문의 분과인 이상 일정 수준의 이론적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실용학문으로 실무와의 연계성은 지금까지의 수험법학 위주의 교육에서 많이 부족했던 부분이다. 로스쿨 도입으로 일정 부분 실무자들이 교수진으로서 참여하게 되는 바,실무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로스쿨 교육에 적합한 커리큘럼과 교재,교수방법 등에 관해 연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양한 학부과정의 지식을 기초로 3년간의 집중적인 훈련으로 이른바 ‘리걸 마인드(legal mind)’를 갖춘 경쟁력있는 법조인을 배출한다는 로스쿨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제도와 형식을 바꾼다해도 그 교육의 내용이 걸맞지 않다면 먼저 교육소비자인 학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을 것이다. 로스쿨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부터 법률교육시장의 공급자로서 분명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 김동훈(국민대 법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