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통제방식은 유럽국가들에게 모델이 되어야 할 것이다/고댕(정치외교학과) 교수, 번역: 최항섭(사회학과) 교수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2020년 3월 18일 게재
크리스토프 고댕(국민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세계적인 철학자 마르셀 모스는 그의 대표저서 ‘증여론’에서 사회를 설명하기 위한 유용한 개념으로 “총체적 사회적 사실”을 제시했다. 이 개념을 통해 모스는 사회 전체가 완전히 흔들리게 되는 특정한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 특정한 상황 중 대표적인 것이 ‘전염병’이다. 전염병이 발생하게 되면 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과 과정에 있어 그 사회의 총체적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흑사병과 스페인독감을 다시 돌이킬 필요도 없다.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서 치사율이 비교적 낮지만 그 확산속도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서 전 세계 국가들은 때로는 생각보다 더 강한 모습을, 때로는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전염병은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상황으로 세계인들에게 엄청난 위험과 충격을 가져다주고 있는, 실재의 사실이다. 최근 몇 주 동안에 감염의 근원지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유럽인들에게 너무나도 인정하기 힘들고 불편한 것이다.

한국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은 중국 이외의 국가 중에 초기에 가장 심각한 감염상황을 경험하였다. 사실 너무나도 불운했다. 왜냐하면 초기에 감염상황을 잘 통제했지만 2월 중순의 신천지라는 사이비종교집단의 대규모 예배를 통해 마치 하나의 가루가 퍼지듯이 감염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서로 손을 잡으며 예배에 참가한 수천 명의 신도들이 매일처럼 바이러스 양성자로 확진되었다. 바이러스 폭증을 가져오는 모든 상황들이 이 예배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사례와 한국의 사례를 비교했을 때, 우리 유럽인들에게 놀랍게 비추어지는 것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보다 훨씬 일찍 이 전염병 상황에 임해 미리 준비할 시간이 없었음에도 한국에서는 그 어떤 순간에도 ‘강제적 격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신천지 예배가 있었던 대구를 제외하면, 한국의 모든 지역에서는 모든 상점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대중교통은 언제나처럼 원활하였다. 그 어떤 순간에도 생활필수품은 매장에서 부족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무 슈퍼마켓에 가보면 된다. 어떠한 패닉도 불안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보건시스템은 물론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 예상치 못한 전염병 상황에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이탈리아처럼 감염환자들 중에서 누구를 살려야 하는 지 선택해야 하는 불행한 상황은 한국에서는 아예 발생하지도 않았다.

마르셀 모스의 ‘총체적 사회적 사실’ 개념에 입각해서 보면 이 전염병은 서구유럽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사회의 총체적 사회적 사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코로라바이러스에 당황한 서구유럽인들은 이런 저런 정치적 결정들을 비난하며, 주위 국가들과 자신들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면서, 이 위기상황을 직면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명백한 위험을 외면하고 있는 이 엄청난 사실 앞에서, 서구유럽은 자신들과 유사한 다른 대륙의 국가들, 즉 경제적으로 발전하였고 민주주의에 기초한 국가들의 모습을 봐야 한다. 한국, 일본, 대만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 국가들에서는 현재 유럽 전역에 퍼지고 있는 패닉상태가 전혀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이 위험한 전염병을 신속하게 통제하고 있다.

유럽에서의 패닉상태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미 수 십년 동안 유럽사회에서 진행되어온 사회조직들의 해체의 결과이다. 유럽의 공공병원들이 지속적인 예산삭감으로 인해 경험하고 있는 객관적으로 처첨한 수준의 의료인프라에서도 나타나며, 이 공공병원들의 낙후된 의료기술산업 수준에서도 나타난다. 이 두 가지는 물론 연결되어 있다. 그 결과 프랑스는 자신의 국민들에게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제공할 능력이 없게 되었다. 심지어 의료전선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전염병상황에서 한국은 신속하게 이 중요한 제품들의 수출을 금지했으며, 이를 국가가 아예 구입하여 우체국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국민들이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감염테스트가 유럽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도 그야말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의 신속한 정책결정, 지역균형화, 공공권력의 체계적인 분산에 의한 것이며, 이는 명백하게 현재 유럽사회가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특히 1인당 GDP 규모가 비슷한 한국과 이탈리아를 비교해보면 자명하게 나타난다. 이탈리아의 신문들은 몇 년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충격적인 일들을 매일매일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중국에서 인공호흡기와 마스크를 반도국가로 보냈다. 물론 그 반도국가는 황해가 아니라 지중해에 위치한 국가(이탈리아)이다.

의료의 붕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유럽에서의 시민의식의 종말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염병이 그렇게 심각해졌음에도 한국에서는 집 안에서 강제로 머물 필요가 없었으며, 사회적 삶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모든 국민들에게서 ‘책임의식’이라는 것이 발현되었다. 각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꼈으며, 다른 이들을 감염시키지 않기 위한 행동들을 하였다. 물론 유럽인들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유럽국가정부들은 아예 일반국민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자: 프랑스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물량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해 약국에서 의사, 간호사들만이 마스크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구입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벌써 불길한 징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약국에서 간신히 확보한 마스크들이 도난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치 전쟁때처럼 말이다. 이번 바이러스위험보다 더 위협적인 상황이 되면 도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상상할 수가 없다.

이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을 통해 우리는 이제 쇠락하고 있는 두 가지의 사회모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지나친 개인주의로 인해 사회적 연대가 해체되어버린 서구유럽의 모델이며, 다른 하나는 이 불행한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중국의 독재주의의 폐쇄적 모델이다.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상황은 역사적 전환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즉 이전과 이후의 세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유럽인으로서 이 전염병이 아시아의 민주적 국가들에서 통제된 방식들이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게 모델로 받아들여져기를 희망한다.

번역: 최항섭(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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