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중고거래경제학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석사 19) 학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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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프로그램들 중 스마트폰 앱 당근마켓과 협업하여 진행하는 유랑마켓이라는 프로가 있다. 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스타들의 애장품을 일반인과 중고로 거래하는 모습이 방송에 소개되는데, 이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발달로 중고물품의 거래 절차가 이전에 비해 많이 간소해졌음을 증명하고 있다. 스타와 일반인, 또는 일반인과 일반인간의 거래뿐 아니라 기업과 기업,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도 중고는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중고거래는 과연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일까? 01 - jtbc 기업 CJ에서 운영하던 TV,인터넷 사업 분야인 ‘CJ헬로비전’은 LG유플러스에 매각되어 ‘LG헬로비전’으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오랫동안 생활가전을 취급해오던 ‘동양매직’은 SK에 매각된 후 ‘SK매직’으로, 금융권의 ‘현대증권’은 ‘KB증권’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사명이 변경 된지 오래다. 이렇게 M&A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은 새로 조직된 ‘새 회사’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운영되던 ‘중고회사’이다. 하지만 새것의 경우에 비해 더 높은 가치로 거래되고 있다. 02 - 네이버뉴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138&aid=0002084190) 어떤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 성공한 후 강남의 고급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고 치자.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기분 좋아 하겠지만 사실 그 집은 그 전까지 살던 사람이 비워준 것으로서 사실상 중고이다. 누군가에겐 떠나보내는 옛날 집이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는 의미를 가져온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새 옷을 구매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착용해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서 반품을 했다고 가정하면 그 옷은 쇼핑몰에 수거된 뒤 다시 새 옷으로 포장되어 다른 누군가에게 새 상품으로 판매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구매 후 일정기간 내에 정당한 반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률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구매하는 이 옷이 누군가 구매한 뒤 하루 이틀쯤 입어보고 깨끗하게 반품했던 상품인지 아니면 아무도 입어본적 없는 그야말로 새것인지 구별하여 알고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인터넷 쇼핑몰뿐만 아니라 백화점 명품관에서 구매하는 고가의 핸드백 역시도 누군가 반품한 이력이 있는 ‘중고핸드백’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 새 상품 구매에 대해 피해를 볼 수 있고, 때로는 피해당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새것을 구매한 기쁨과 설렘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03 - 광교갤러리아백화점 (https://dept.galleria.co.kr/gwang-gyo/lounge.html) 운동화 또는 신발을 사기 위해 매장에 들어가서 본인의 사이즈를 말하면 직원은 창고로 가서 신발박스를 들고 나와 손님에게 신겨주지만 손님은 본인의 발에 한번 착용했다는 이유로 반드시 그 신발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그 신발을 신고 매장을 오랫동안 돌아다녔을 지라도 말이다. 손님이 신고 돌아다녔지만 결국 구매하지 않은 그 신발은 다시 포장되고 신발박스에 담겨 창고로 이동한 뒤 아무도 모르게 다시 새 신발의 개념으로 갱신된다. 새 상품과 중고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존재하는 것일까? 새 신발을 신고 몇 시간만 돌아다녀도 이미 때 묻은 중고가 되는데 과연 새 것을 쓴다는 기쁨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 것일까? 일출과 일몰을 통해 어제의 하루를 디자인해 주었던 태양은 지구와의 공전을 통해 동쪽하늘에서 떠오른 뒤 다시 오늘이라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오늘 뜨는 태양이 어제의 경우와 똑같이 재사용되어지는 ‘중고태양’이라 인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체는 중고이다. 태양이 서쪽으로 지고 나서 깨끗하게 소멸한 뒤 밤새 새로운 재료와 공법으로 재생산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람보르기니를 인수한 뒤 람보르기니를 꼭 닮은 Audi R8을 만들 수 있었고, BMW는 사륜차 전문회사인 랜드로버를 인수한 뒤 SUV의 고급 생산 기술력을 얻을 수 있었다. 자동차 회사는 그 규모가 크고 거래액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큰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종종 바뀌며 중고로 기업에 거래된다. 04 - 픽사베이 중고물품을 사는 행위를 반드시 새것을 사는 모습과만 비교해야 할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물건이 일반쓰레기 혹은 분리수거 통에 담기지 않고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전달된다면 환경보전과 가계생활 모두에 유의미한 행동이 될 수 있다. 중고거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의 경우와 같이 시간이 흐르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부동산이나 기업 M&A처럼 그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구매하는 상품이 누군가 반품한 중고일지도 모른다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한 피해를 걱정하기보다 누군가 깨끗하게 사용한 뒤 저렴하게 내놓은 중고물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모든 상품은 구매한 뒤 포장지를 뜯는 순간 중고가 된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칼럼니스트]
원문보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9&aid=0004544992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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