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사람 사람] "시트콤 스타? 국민 디자이너예요" / 장광효(장식미술=공업디자인 31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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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5-07-21 05:05] [중앙일보 신예리.강정현] "하도 웃겨서 늦깎이 개그맨인 줄 알았는데 진짜 디자이너세요?" 디자이너 장광효(47)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종종 이런 글들이 올라온다. 화제의 주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MBC)에 카메오로 출연했다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비중있는 조연'으로 눌러 앉았기 때문이다. 그가 20여 년 경력의 국내 남성복 디자이너 1세대임을 모르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디자이너 역할을 어색하게 소화해 내는 신인 연기자 쯤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얼떨떨해요. 지금까지는 패션계에서나 유명 인사였죠. 요즘엔 어린 아이부터 주부까지 온 국민이 다 알아보니 '국민 디자이너'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진지하게 '국민 디자이너'를 운운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시트콤 속 '장샘'이다. "원래 그렇게 유머 감각이 탁월하냐"고 물었더니 "남을 웃기기는 커녕 별로 웃지도 않았던 사람"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시트콤에 출연하면서 얻은 게 많아요. 다소 거만하고 차가운 인상 때문에 남들이 접근하기 힘들어 했거든요. 근데 요새는 모르는 사람들까지 저만 보면 웃어요.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시트콤 출연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도 디자이너로서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게 걱정돼 거절했었다고 한다. "'안녕, 프란체스카'로 가장 많이 뜬 사람이 저랑 '안성댁' 역할의 박희진씨라고들 해요. 오죽하면 연기자들까지 부럽다고 하겠어요. 그래서 출연진과 노도철 PD 등 스태프에게 자축 저녁까지 샀다니까요." 장씨는 연예계 안팎에서 스타를 발굴해 내는 눈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양대 TV 드라마인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빈, '굳세어라 금순이'의 강지환씨 모두 장씨가 길거리에서 캐스팅한 모델 출신 연기자다. 두 사람이 드라마에서 입고 나오는 튀는 옷차림도 장씨가 협찬해주고 있다. "남성복 디자이너를 오래 해서인지 제가 남자 보는 눈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모델로 데뷔시켰던 신인들이 스타가 돼서 '옷 협찬해주세요'하고 찾아올 때면 얼마나 뿌듯한지…." 한국 영화계의 간판 배우인 차승원.유지태씨도 이미 오래 전에 장씨가 골라 낸 재목들이다. '장광효 군단'의 큰 형이자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차씨를 얼마 전 만났더니 최근 "선생님, 코미디 연기를 정말 제대로 잘 하셨어요"라고 칭찬하더란다. 화가가 꿈이었던 장씨는 국민대 미대 산업미술과,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한 뒤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삼성 캠브리지 수석 디자이너를 거쳐 1987년 자신의 브랜드 '카루소'를 차려 독립했다. 92년부터 해마다 봄.가을 두번씩 여는 정기 패션쇼엔 연예인들을 비롯해 패션 매니어들의 발길이 쇄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명세도 누렸겠다, 이제 본업에 열중해 옷만 잘 만들면 명실상부한 '국민 디자이너'가 되지 않겠습니까. 기대해주세요." 글=신예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shiny@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