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아침을 열며] 세한도를 보며 인구절벽을 생각한다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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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겨울이 오고 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논어의 말을 그림으로 옮긴 것입니다. 세상이 어려워진 다음에야 비로소 훌륭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말인데, 사실 기업의 경우에도 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경기가 좋을 때에는 많은 기업이 우수한 성과를 내지만, 수요가 줄어들고 산업이 쇠퇴하게 되면 고객에게 집중하면서 훌륭한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습니다. 훌륭한 전략을 가진 기업들은 쇠퇴하는 산업 내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을 찾아 경쟁 우위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새로운 사업을 찾아냅니다. 내수산업을 영위하는 우리 기업들이 지금 그런 검증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인구문제는 그저 '감소'라는 한가한 이름을 붙일 시기를 한참 지났습니다. 절벽이나 위기라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우리나라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작년 합계출산율 0.92는 압도적인 세계 최하위이고, 비교할 만한 나라가 아예 없습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을 것입니다. 올해 2분기 기준의 합계출산율이 0.84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OECD 평균(2018년 기준 1.63)의 반 정도에 그치게 될 것 같고, 역사상 가장 낮았던 사례인 1994년 동독의 0.8에 도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혼인통계도 암담합니다. 5년 전만 해도 매달 2만5,000건 정도의 결혼이 있었는데, 올해 7월의 경우 겨우 1만7,000건 정도에 그쳤습니다. 자살률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인구는 급격히 늙어가면서 말입니다. 실제로 교육, 유아용품, 문구와 같은 산업에서 파열음이 들립니다. 대학의 예를 들면, 올해부터 지원자가 대학 정원을 밑돌기 시작했고, 10년이 지나면 350여개의 국내 대학 가운데 반가량은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인구 감소가 산업의 붕괴와 국가의 쇠퇴로 이어지지 않도록 과감한 실행이 필요한 셈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이 대통령인 만큼 그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더불어 사회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신속하게 진행되어야만 합니다. 생산성 향상과 산업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개혁이 실행(더는 검토가 아니라)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이민 제도 개선,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과 같은 의제들이 빠르게 실행된다면 인구 감소는 역설적으로 혁신의 동력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 대학을 살펴보면 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눈앞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그리 과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많지만, 대학의 의사결정자 대부분에게 위기가 '은퇴 뒤' 일이라는 것도 한 이유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정년퇴직 뒤에 일어날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농담도 있다고 합니다. 겁이 납니다. 설마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자신들이 아니라 다음, 그다음 세대의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의사결정하고 있는 것이 맞겠지요? 정말 추워지고 나면 그분들이 소나무나 잣나무와 같은 분인지 잘 알게 될 것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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