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고재일 동일토건 회장 "카자흐 대통령에 직접 브리핑" / 동문(경제16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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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05-09-26 17:18] “미래 예측이 가능한 사회라는 점, 그 한가지 만으로도 투자를 결정하는데 충분했습니다.” 국내 주택업체 최초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주택사업 진출에 성공한 고재일(67) 동일토건 회장. 업계에서 ‘정도 경영’ ‘내실 경영’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CEO로 알려진 그가 단지 ‘예측 가능한 사회’라는 이유만으로 대기업들도 아직 진출하지 못한 카자흐스탄에 거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 만큼 치밀한 준비와 계획을 통해 자신감을 가졌다는 반증이다. 그 덕분인지 카자흐스탄의 수도 이스타나에 총 3,000가구를 공급하는 ‘한국형 아파트’ 1차분 383가구에 대한 사전계약이 모두 이뤄지는 성공을 거뒀다.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사업 가치에 대한 판단력과 성공에 대한 확신이 이뤄낸 결실인 셈이다 고 회장은 비록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사업에서는 20대 청년 못지않을 만큼 정열적이다. 고 회장은 지난해 12월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직접 브리핑을 맡아 해 대통령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고 회장은 평소에도 단지 설계는 물론 평면이나 인테리어를 선택할 때도 의견을 적극 개진한다. ‘시간이 아까워 골프도 안한다’는 고 회장은 일요일에도 틈만 나면 10여개 지방 현장을 방문한다. 그 때문에 고 회장의 자동차는 구입한지 2년 밖에 안됐는데도 지금까지 16만㎞ 이상을 달렸다. 부지런함과 함께 검소함은 고 회장을 지탱하는 또 다른 힘이다. 올해 예상 분양 매출액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중견 건설사 회장에 걸맞지 않게 서울사무소에 있는 고 회장 집무실 크기는 고작 1.5평 남짓하다. 비좁은 공간에 소파도 없이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불필요한 곳이나 나 혼자 만을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사업자의 사명이자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우리의 운명을 갖고 있다’는 신념으로 좋은 상품을 창조하는 데 모든 자본과 노력을 투입할겁니다.” 주택사업은 사실 고 회장의 본업(?)이 아니다.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 1969년 회계법인을 차린 뒤 20년간 회계사로 일했다. 회계법인을 운영하면서 건설업체의 회계를 주로 맡았던 그는 ‘한번 제대로 된 집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만 50세가 되던 1989년 동일물산을 설립해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시련도 많았다. 94년 첫 사업으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고급빌라를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분양이 안돼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고 회장은 사업을 정리한 뒤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남은 2명의 직원과 함께 성내동에 단칸방을 얻어 다시 빌라 사업을 시작해 성공을 거뒀고 이후 승승장구했다. “사업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어 새벽 2시면 벌떡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연장을 잡고 인부들과 함께 일했죠. 하지만 결국 큰 손해를 봤습니다. 시장분석에 실패했던 겁니다. 그 때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그 후에는 언제나 ‘이게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고 회장은 카자흐스탄 주택사업도 결국은 최상의 주택을 짓기 위한 노하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해외 진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주거 문화, 건축 양식, 생활 관습 등의 장점을 파악해 좀 더 나은 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다. 고 회장은 “해외 진출도 국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학습의 일환”이라며 “세계 각국의 주택 문화와 우리의 것이 합쳐질 때 진정한 최고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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