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칼럼>청계천과 리바이어던


[한겨레 2005-10-11 18:09]


‘리바이어던’은 성경에 나오는 괴물이지만, 이 이름은 17세기 영국의 정치학자 토마스 홉스가 사회계약론을 제시한 그의 저서의 제목으로 달아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홉스는 그 책에서 군주가 대표하는 국가의 권력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무질서한 자연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이 위임한 것 즉 국민의 일반의지의 총합이라고 주장하였다. 국가는 곧 국민들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과학사회학자 미셸 칼롱과 브뤼노 라투르는 이 비유를 확장하여 거대한 과학기술문명으로 특징지어지는 오늘날의 사회 모두가 리바이어던과 같다고 지적을 하고 있다. 다만 그 재료가 단지 인간들만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과 기술적 인공물 등 다양한 비인간들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원’된 청계천에 대해서 서울시민 대다수와 언론의 찬탄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찬탄에서 주인공은 단연 이명박 시장이다. 그의 과감한 추진력과 탁월한 지도력이 없었다면 2년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서울 중심부의 면모를 획기적으로 바꾸어놓는 이런 대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여론이다. 비록 지금 청계천은 ‘복원’된 것이 아니라 원래의 청계천 모습과는 무관하게 인공하천 및 공원시설로 ‘개발’된 것이라는 환경·문화단체의 비판이 있지만, 이는 다수의 찬성 여론에 밀려 아직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시장을 ‘신개발주의자’로 간주하는 이러한 견해가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경부고속도로를 조기 완공하여 근대화시대를 열었던 박정희정권의 리더십에 대한 향수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나는 ‘복원’된 지금 청계천이야말로 칼롱과 라투르가 말한 현대의 리바이어던이라고 본다. 그것은 단지 도심을 관통하는 인공하천과 여러 개의 다리 및 조형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권을 향한 이명박시장의 정치적 야망, 청계천변 중소 상인들의 쇠락과 타협, 고층·고밀도 재개발을 원하는 대자본의 욕구, 도심환경 개선을 바라는 일반시민들의 간절한 열망, 과학기술적 문제해결로 청계천의 재발명을 성공시키고 싶은 전문가의 성취욕 등등 서로 이질적인 여러 요소들이 결합되어 하나의 거대한 사회기술복합체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머리를 이루는 대변자가 군주이듯이, 현재의 청계천 리바이어던에서 대변자는 이명박 시장이다. 따라서 청계천을 거닐 때 우리는 그를 곧 떠올린다.

이 시장은 청계천이 북한산 지류와 연결된 생태하천이기를 바라고 광통교·수표교 등 문화재가 원형대로 복원되기를 바라는 환경·문화단체의 반대를 성공적으로 배제한 채 지금의 청계천 리바이어던을 만들고 그 대변자가 되었다.

그는 현재 인기의 여세를 몰아, 그가 만일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서울과 부산을 내륙으로 연결하는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그러나 그의 야망대로 이런 일들이 순탄하게 이루어질 지는 지켜볼 일이다. 아직 경부운하사업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70%나 되고, 청계천 리바이어던을 구성하는 몸통마저도 언제 반역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홍수가 나서 청계천이 범람하거나 오염되어 물고기가 죽는다면 또는 주변 교통체증이 심각해진다면 서울시민의 여론도 싸늘하게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누가 알겠는가? 환경·문화단체가 이 시장을 밀어내고 달라질 청계천의 새로운 대변자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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