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체코 최초 합동공연 ‘이민자의 노래’ 연습 현장 / 국민대 10-12일 공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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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코 최초 합동공연 ‘이민자의 노래’ 연습 현장
[한겨레 2005-10-06 14:39] 한국과 체코의 야심찬 두 연극집단인 ‘극단 여행자’와 ‘팜 인더 케이브’가 힘을 모았다. 두 단체 모두 대사 중심의 연극이 아닌 배우의 신체를 이용한 이미지와 목소리로 내는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독특한 실험 연극을 꾸준히 발표해온 젊은 극단들이다. 국내 최초의 한·체 합동공연으로 두 극단이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저녁 8시 국민대 대극장에서 첫선을 보이는 작품은 <이민자의 노래>. 1930년대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났던 옛 체코슬로바키아 이민자가 친지에게 보낸 편지와 우크라이나의 전통 집시음악 등을 모티브로 이민자들의 보헤미안 정서를 시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연극이다. 마치 일제의 탄압과 굶주림에 등떠밀려 간도와 연해주 등지로 떠나야 했던 우리의 구한말의 상황이나 외화벌이 때문에 광부와 간호사로 파견되었던 1960~70년대 독일교민 1세대의 처지와 비슷한 정서를 나눈다. 이미지·목소리 ‘신체연극’신체훈련·발성연습 한창체코 조연때 개성미 극찬“마음을 열고 느껴달라” 지난 3일 찾아간 국민대 대극장 연습실에서는 체코 연출가 빌리암 도초로만스키(30)의 독려 속에 두 나라 배우들이 어울려 나흘째 신체훈련과 발성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배우들에게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적인 흐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공연방식은 하나의 심포니처럼 구성된다”면서 “배우들의 동작도 하나의 음악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배우들에 대해 “대단히 좋은 감각을 지닌 그룹이다. 이기적이지 않고 앙상블을 중요하게 여기는 좋은 연기자세를 가졌다. 워크샵을 하는 동안 상대방의 연기나 반응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공연은 꿈처럼 진행됩니다. 불명의 한 이민자가 미국생활을 끝내고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아내는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아이는 자신을 몰라보는 등 이미 변해버린 가족과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오히려 또다른 이민자임을 느낍니다. 그것은 그에게 악몽입니다. 그는 다시 꿈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고향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깨어나지 못합니다.” 미니버스 1대와 배우만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올 3월 체코의 프라하에서 초연됐으며, 최근 체코에서 ‘올해의 가장 개성있는 연극상’과 ‘베스트 신체연극상’을 받았다. 양정웅(37) 극단 여행자 대표는 “도초로만스키는 감각적이고 철학적이고 음악적이며 영리한 연출가”라고 소개하고 “그의 작품은 굉장히 원초적이고 격정적이며 집중력과 에너지가 넘친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동공연은 지난해 6월 폴란드 말타 국제연극제에 두 단체의 <한 여름밤의 꿈>과 <다크 러브 소네츠>가 나란히 초청받았을 때 둘이 서로의 작품을 보고 호감을 느껴 양정웅 대표의 제의로 추진되었다. 도초로만스키는 “이민노동자의 이야기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주제”라면서 “첫 한국공연에서 체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관객들이 마음을 열고 호흡하며 있는 그대로 느껴달라”고 주문했다. 야나첵 씨어터 아카데미를 졸업한 도초로만스키는 다국적 배우들로 이뤄진 팜 인 더 케이브의 예술감독과 상임연출가, 안무가로 일하면서 나이지리아, 캐나다 등과의 다국적 합작작업과 세계적인 공연예술제를 통해 3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번 공연은 극단 여행자의 배우 5명과 팜 인더 케이브의 배우 7명이 합동으로 진행하며, 11~12일 이틀간 도초로만스키와 극단 단원들이 신체훈련과 발성연습, 작품제작 방식 등을 소개하는 워크샵도 마련된다. (02)3673-139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