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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불패 우즈처럼… 티샷 짧게친 뒤 먼저 세컨드샷 붙여 상대 압박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연장전의 심리학

 보통 ‘서든데스’ 방식으로 진행
 디 오픈은 ‘3홀 합산’으로 결정
 잘못된 샷에 지나친 집착 말고
 자신의 ‘프리샷 루틴’ 지켜야

 박인비-린드베리 ‘ANA’ 경기
 남녀 통틀어 가장 길었던 승부
 우즈, 연장전 승률 92% 최고

 골프대회에서 나흘에 걸쳐 72홀을 돌고도 우승자가 나오지 않으면 연장전을 치른다. 당사자에게는 비정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반드시 승자를 가려야만 하는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기량의 평준화가 이뤄진 요즘엔 연장전 승부가 잦은 편이다. 2011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전체 49개 대회 중 무려 18개에서 연장전으로 우승자가 가려졌다.

연장전은 대개 서든데스 방식이다. 승부가 날 때까지 한 홀씩 추가로 경기한다.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은 다음날 18홀의 연장전을 치렀으나, 2018년부터 2홀 합산으로 바뀌었다.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과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 PGA챔피언십은 3홀 합산으로 연장전이 진행된다.

 PGA투어 서든데스 방식 연장전에서 가장 길게 승부가 이어진 건 1949년 모터시티오픈이다. 당시 동타로 경기를 마친 미국의 캐리 미들코프와 로이드 맹그럼은 연장전에서 무려 11개 홀을 거쳤고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날이 어두워져 더는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주최 측은 공동우승을 선언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는 1972년 코퍼스크리스티시비튼오픈의 10개 홀이 서든데스 연장전 최장 기록이다. 당시 조앤 프렌티스, 샌드라 파머, 캐시 휘트워스(이상 미국)가 연장전에서 맞붙었다. 연장 3번째 홀에서 휘트워스가 탈락한 데 이어 11번째 홀에서 프렌티스가 버디로 파머를 꺾었다.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긴 서든데스 연장전 승부는 박인비와 퍼닐라 린드베리(스웨덴)가 연출한 2018년 ANA인스피레이션이다. 당시 연장 7번째 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둘은 이튿날인 월요일 아침 일찍 다시 격돌했고 린드베리가 8번째 홀에서 버디로 박인비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는 연장전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둔 남자선수다. 둘 모두 통산 24차례의 연장전을 치러 14번을 이겼다. 특히 파머는 1963년 4차례나 연장 대결을 펼쳐 한 시즌 최다 연장전 타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서든데스 연장전의 경우, 단 1개 홀의 결과만으로 승부가 가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운과 심리적 요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일단 연장전에 돌입하면 선수들은 평소엔 느끼지 못하던 높은 수준의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심리적 압박감은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는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한다. 침은 바짝바짝 마르고, 가슴은 벌렁거리며, 호흡은 점점 가빠진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숨을 가능한 한 천천히 깊게 들이켜면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잔뜩 긴장한 몸을 이완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자신뿐 아니라 상대 역시 긴장하고 두렵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한 마음이 들면 이미 충분한 훈련으로 숙달된 자신의 스윙에 혹시 잘못된 점은 없는지 분석하고 확인하려고 든다. 이로 인해 동작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이때는 되도록 스윙보다는 목표나 공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자신의 프리샷 루틴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

단판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서든데스에서는 정규 라운드와 달리 파를 지키는 보수적인 플레이보다 버디를 노리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유리하다. 극도로 긴박한 상황에서는 먼저 공격하는 쪽이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12차례의 연장전 승부에서 무려 11차례나 이겨 승률은 92%다. 5차례 이상 연장전을 벌인 골퍼 중 역대 최고 승률이다. 연장전 맞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선공’이다. 연장전에서 우즈는 상대보다 더 멀리 칠 수 있을 때도 항상 티샷을 짧게 쳐 다음 샷을 먼저 한다. 아이언샷이 정확한 우즈는 어프로치샷을 먼저 홀에 바짝 붙여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을 즐긴다.

공격적인 전략의 우위는 통계로 확인된다. 우즈는 서든데스로 치러진 9차례의 연장전 승리 중 6번을 버디로 장식했다. 2018년과 2019년 PGA투어에서는 모두 17개 대회에서 연장전이 치러졌다. 이 중 버디로 승패가 결정된 대회는 모두 10개로 60%에 이른다. LPGA에서는 2018년과 2019년 총 9차례의 연장전이 열렸는데 모두 버디, 혹은 이글로 승부가 가려졌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608010318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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