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국회 ‘종전선언 촉구’ 北도발 거들 뿐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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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범여 국회의원 173명이 지난 15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여당은 ‘판문점 공동선언’ 비준 동의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오만(傲慢)과 무책임(無責任)이다. 국민은 북한의 조롱과 협박에 자존심 상하고, 군사적 도발 예고에 불안하다. 모름지기 국민의 대표라면 북한의 비상식을 먼저 규탄하고, 대비책부터 논의해야 할 것인데, 북한의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북한이 온갖 험악한 언어로 남측을 비난했지만, 여당의 어느 의원도 항의하지 않았다.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더라”면서 ‘놈’에 빗대어도, 음식점 주방장까지 나서서 “국수를 처먹을 때” “요사를 떨고”라면서 대통령을 조롱해도 꾸짖는 여당 의원은 없었다. 이후의 대적 행동은 군(軍)이 담당할 것이라면서 위협해도 규탄하는 여당 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대표라면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안부터 발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역대 정부들은 북한의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요구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철폐를 겨냥한 것으로 판단해 호응하지 않았다. 6·25전쟁 종식이 선언되면 유엔군사령부와 미군의 존립 근거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면 한반도의 전쟁 종식과 평화 보장은 저절로 구현될 것인데, 굳이 선언이나 협정을 추구하는 것은 저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할 여유가 없었을 의원들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 ‘하명’ 받은 사람이라도 있는가. 여당은 국회 비준을 통해 ‘판문점 공동선언’에 포함돼 있는 전단 살포 금지의 이행을 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의 핵심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약속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한다기에 대통령·정부·국민 모두 흥분·환호·기대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2년 넘게 지났지만, 북한은 핵무기 폐기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없다. 미국 ‘과학자연맹(FAS)’은 북한이 2019년에만 10개의 핵무기를 늘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2019년과 2020년에 모두 17회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 한국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 능력을 강화했다. 그리고 미국을 위협해 한국을 지원하지 못하게 만들려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의 핵심 합의를 어긴 것은 분명히 북한이다. 그런데도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촉구하는 의원은 아무도 없이 우리 쪽 합의 준수만 닦달하고 있다.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 의원들이기에 유권자로서 묻는다. 북한의 핵무기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폐기시킬 자신이 있느냐고. 일각에선 우리에게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느냐고. 지금처럼 북한이 표변(豹變)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거나 공격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여당’ 의원이라면 이 질문들에 먼저 답해야 한다.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이 노골화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 모두가 ‘북한에 가서 살고 싶은가’ ‘내 자식과 손자가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 살기를 바라는가’를 자문해 봐야 한다. 이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국민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우리 국민을 수호하는 데 더 높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임진왜란, 경술국치, 6·25전쟁의 공통 교훈은, 안일에 젖어 전쟁의 위험을 무시한 것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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