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아침을 열며] 유니콘은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건 가봐요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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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가장 공이 큰 주체는 정부입니다.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정책이 스타트업재건에 불을 붙였다면, 이번 정부의 전례 없는 투자와 지원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세계 수준으로 도약 시키고 있습니다. 평소 늘 싸우는 것 같아 보이는 정부 부처들과 정당들도 스타트업 육성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업들의 창업과 성장에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정부가, 기업의 구체적인 사업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정책과 법규를 만들고 있다고 염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얼마 안되는 인원을 가진 스타트업 관련단체들이 국회의원들을 만나서 읍소하고 있는 장면도 최근 자주 됩니다. 국내의 디지털 기업들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여기저기서 발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업들에 대한 규제움직임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컨대 입에 담기도 싫은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만들어진 관련법안은 해당사건의 도구가 된 텔레그램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국내 기업들에만 큰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개인정보의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사업자들의 행위를 규제할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관련 법률들은 국내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을 낳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온라인쇼핑몰에도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형마트는 휴일에 쉬는데 온라인쇼핑은 왜 규제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는 그럴듯하지만, 아마존을 휴일에 쉬게 할 수 없는 이상 역차별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별다른 성과도 없이 디지털 기업들을 옥죄는 결과로 이어지는 역설은 최근 등장한 기업관련 문제들이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 메커니즘에 정부가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경제학자들과 법학자들도 아직 충분히 성숙한 이론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보다 정교한 데이터와 실증분석에 근거하지 않고 그저 “좋은 의도”를 강조하는 법안이 쏟아지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 작은 기업을 성장시키는데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막상 사업이 커질 수는 없도록 규제에 가두는 모순도 발생합니다. 기업계에는 이미 유니콘을 열심히 키우는 것은 잡아먹어 버리기 위해서라는 농담마저 떠돌고 있습니다. 영국 오랜 속담 가운데 “지옥은 선의로, 천국은 선한 행동으로 채워져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착한 마음이 아니라 훌륭한 실력이라는, 무섭고도 지혜로운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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