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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래 치웠더니 공 굴러 벙커에 빠졌다면… 무벌타로 원위치 샷 가능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알쏭달쏭 벙커 규칙

 공 주변 흙·나무 제거 무벌타
 공에 붙어있는 것 제거 과정중
 공 건드리거나 움직이면 1벌타

 움푹 팬 발자국에 공 빠져도
 빼내거나 바닥 다지면 2벌타
 클럽 모래 몇 알 닿아도 2벌타

 얼마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김효주가 벙커 안에서 언플레이어블 구제와 관련해 규칙 위반 논란과 함께 억울하게 2벌타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규칙만 제대로 알았다면 벌타를 받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벙커는 골퍼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는 끔찍한 장소지만, 피할 수 없다면 때로는 즐겨야 한다. 벙커에 빠졌을 때 벙커와 관련된 골프 규칙을 정확히 안다면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더 유리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먼저 공이 벙커로 향하면 자신의 공이 벙커에 들어갔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벙커 안에 있더라도 공이 모래에 전혀 닿지 않은 채 벙커 내의 벽이나 벙커 경계 안에 있는 흙, 풀 등에 놓여 있다면 벙커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벙커와 달리 바닥에 클럽을 댈 수 있어 샷이 한결 수월하다.

간혹 벙커로 향한 공이 벙커에 빠지지 않고 벙커 턱에 놓인 고무래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고무래를 치우면 경사 때문에 공이 벙커 안으로 굴러 들어갈 수 있다.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공을 다시 원래 있던 위치에 놓고 계속 플레이하면 된다. 고무래는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샷에 방해가 되면 제거할 수 있고, 제거 과정에서 공이 움직이더라도 벌타 없이 원래 자리에 다시 놓으면 된다.

벙커에 들어간 공을 치려고 할 때 종종 공 근처의 돌멩이나 부러진 나뭇가지 등이 방해가 되기도 한다. 2018년까지는 이를 제거할 수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치우고 샷을 할 수 있게 바뀌었다. 이처럼 지면이나 어딘가에 붙어 있지 않은 모든 자연물을 루스임페디먼트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돌멩이, 나뭇가지 외에 풀, 낙엽, 동물의 사체나 배설물, 벌레와 곤충, 흙덩이, 눈이나 얼음 등도 포함된다. 단 공에 붙어 있는 것은 루스임페디먼트가 아니며, 제거하는 과정에서 공을 건드리거나 움직이게 되면 1벌타를 받고 원위치에 공을 다시 놓고 플레이해야 하니 주의해야 한다.

골퍼들 가운데 지난해 바뀐 규칙으로 벙커 안에서 어드레스를 할 때 클럽을 공 뒤 모래에 대거나, 정리되지 않은 발자국 안에 공이 들어갔을 때 이를 옆으로 빼놓고 쳐도 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골퍼가 가끔 있다. 당사자에겐 아쉽겠지만 ‘가짜뉴스’다. 어드레스나 연습 스윙 혹은 백스윙 때 어떤 경우라도 클럽이 벙커 안 모래에 닿으면 2벌타를 받는다. 지난 2016년 US여자오픈에서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는 연장 두 번째 홀 페어웨이 벙커에서 백스윙 때 공 뒤의 모래 몇 알을 건드리는 장면이 TV 확대 화면에 잡히는 바람에 2벌타를 받고 우승을 놓쳤다.

다른 사람의 발자국이나 움푹 팬 자국에 빠진 공 역시 억울하더라도 그대로 플레이해야 한다. 만약 공을 집어 든 후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고 공을 다시 놓고 치거나, 옆으로 공을 빼놓고 치게 되면 각각 ‘스트로크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개선하는 행동’과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한 경우’에 해당해 2벌타를 받는다.

내 잘못도 아니고 앞서 누군가가 벙커 샷을 하고 제대로 뒷정리를 안 해서 생긴 일이라 억울한 생각이 들 수 있다. 따라서 벙커 샷 후에는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고무래나 클럽을 이용해 그 흔적을 잘 정리해야 한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공교롭게 두 사람이 나란히 같은 벙커에 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앞서 한 샷 때문에 모래가 튀어 남은 사람의 공을 덮거나 라이가 불리하게 바뀔 수가 있다.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최초의 상태와 비슷하게 벙커를 정리한 후 공을 원래 위치에 놓고 샷을 하면 된다.

비가 오면 벙커 안에 물이 고이는 경우가 있다. 만약 자신의 공이 물에 빠졌다면 그냥 치지 말고 홀에 가깝지 않게 가장 가까운 구제 지점을 정한 뒤 한 클럽 이내에 공을 드롭하고 치면 된다. 벙커 안에 물이 다 차 있는 경우에는 그냥 샷을 하든지 아니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후 1벌타를 받고 벙커 밖으로 나와 홀과 공이 있던 지점을 연결한 직후방 선상에 한 점을 정한 뒤 한 클럽 이내에 공을 드롭하고 샷을 하면 된다.

이 밖에 벙커 안에서 샷을 한 공이 벙커벽에 맞고 튀면서 자신의 몸에 맞거나 클럽 헤드에 두 번 이상 맞은 경우, 고의가 아니면 벌타가 없는 것으로 바뀌었다. 벙커 탈출에 도저히 자신이 없을 때는 2벌타를 받고 그냥 공을 들고 나와 직후방 선상에서 드롭할 수 있는 규칙도 새롭게 추가됐으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72701031639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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