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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칼럼] 사자가 다가오는데 풀 뜯는 사슴… 안보 위기와 '아브라 카다브라' 정부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아브라 카다브라 ” 주문만 외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권창회 기자
 
‘아브라 카다브라’는 '내가 말한 대로 될지어다'라는 뜻의 서양 주문으로, 개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주문이다. 만인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정부는 당연히 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의 정부는....

북핵과 미중 충돌의 복합위기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한 35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 되고 말았다. 이를 배경으로 김정은은 휴전협정 조인일인 7월27일 그들의 안전이 영원히 보장되었다고 공언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남해를 지척에 둔 낙동강가에 전우들을 묻고 피눈물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던 동지들의 한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핵무기 보유로 인하여 미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니, 이제는 6·25전쟁에서 못다한 한을 풀 시기가 되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 정부는 태연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증강하고 있어도, 위와 같은 호전적인 언사를 표출해도 무심하다. 2018년부터 대화를 통하여 핵무기를 포기한다던 노력이 확실하게 실패했음에도 이전의 북핵 대비태세는 복원시키지 않고 있다. 마치 북핵이 없어진 듯 태평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자가 호시탐탐 접근하고 있는데 천진난만하게 풀을 뜯고 있는 사슴과 유사하지 않은가?

북한 변수 외에도 미국과 중국 간의 충돌 가능성도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2019년 6월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하여 중국 포위의 의도를 공표하더니 올해 5월에는 중국에 대한 “경쟁적 접근(competitive approach)”을 선언하였다. 그후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자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였고, 최근에는 시진핑에 대한 호칭을 “주석”에서 “총서기”로 낮추면서 폼페이오(Mike Pompeo) 미 국무장관은 자유민주주의 대응의 차원에서 중국 공산주의에 대항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활동도 강화하고, 틱톡 프로그램 사용 금지 등 중국에 대한 다양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북핵 위협과 미중 충돌의 진행상황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그에 부합하는 한국의 외교 및 안보정책 방향을 분주하게 토론하며, 나름의 정책과 방안을 정립하여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한반도에서 '핵 대리전쟁 가능성' 고조

더욱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사항은 미중 충돌이 한반도에서 “대리전쟁(Proxy War)”을 촉발시킬 가능성이다. 미국과 중국은 그들이 직접 충돌하면 위험부담이 너무나 크다고 판단하여 남북한이 대신하여 싸우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쟁·아프가니스탄전쟁·우크라이나분쟁·시리아내전·이스라엘-팔레스타인분쟁 등 현 시대 약소국 간 대부분의 전쟁이 대리전쟁으로 분류되듯 강대국 간에 충돌이 벌어지면 약소국이 원하지 않는 대리전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1950년 한반도에서 발발한 6·25전쟁도 미국과 소련·중국 간의 대리전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기꺼이 대리전쟁의 앞잡이를 자원할 것이다. 북한은 상당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어 남북한의 전략적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고 믿고 있고, 호시탐탐 남침의 기회를 노려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조금만 부추기거나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은 남한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입할 것이며(만약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남한은 바로 공산화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남북한 간의 전쟁은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리전쟁이 된다. 대리전쟁으로 한반도가 폐허가 되고, 수많은 한민족이 살상당하겠지만 북한은 그렇게 되든 말든 한반도를 공산화하면 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대통령이나 안보책임자라면 밤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북핵 상황, 그리고 미중 간의 충돌을 둘러싼 상황이 심각하다. 그러나 현 정부와 주요 인사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면서 태연하다.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신의 계시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아브라 카다브라’라는 주문만 외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된다고 믿는 사람 같다.

정부의 위험한 낙관주의

한국의 안보상황이 위와 같이 심각하고 국민 중에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핵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주변정세 변화를 이유로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한 적도 없다. 안보팀을 보강하거나 군대를 방문하여 점검 또는 격려한 적도 없다. 국가의 안전에 대한 신의 계시를 받았거나 ‘아브라 카다브라’를 믿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취임한 안보수장들은 더욱 평화를 확신하고, 태연하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취임 직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 “핵보다 평화가 더 강력한 군사억제력”이고,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 한복판에서도 평화를 외쳐야” 라고 말했다. 북핵이든 미중 충돌이든 걱정하지 말고, 평화만 소원하기만 하면 평화가 온다는 뜻 아닌가? 박지원 국정원장도 취임하자마자 "대공수사권, 즉 북한 간첩 잡는 임무를 경찰로 인계한다"고 발표하였다. 베트남과 독일의 통일 후 그렇게 많은 간첩이 나왔다지만, 우리는 없거나 잡을 필요도 없다는 인식인 것 같다.

‘아브라 카다브라’ 주문의 대열에는 국방부장관까지 가세한 것 같다. 그는 최근 국회 답변 과정에서 재래식 무기로도 북핵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나 우리 선배들이 그렇게 걱정해온 북핵 문제를 재래식 전력증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북핵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국방부도 북핵 대비를 위한 특별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현 정부의 안보낙관주의는 한미동맹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도 현 3만4500명 중 1만1900명을 감축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최근 미 육군대학원(US Army War College) 산하의 ‘전략연구원(SSI: Strategic Studies Institute)’은 중국 대응 차원에서 주한미군은 합리적인 주둔이 아니라고 평가함으로써 객관적으로는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이 커졌지만, 현 정부는 걱정하지 않는다. 한미동맹이 없어도,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상관없다는 정부 주요인사들의 발언이 적지 않다. 방위비 분담을 증액하더라도 충분한 규모의 미군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제안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 정부는 “아브라 카다브라 ”라는 주문만 외면 모든 것이 뜻하는 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핵도 폐기를 기원하기만 하면 되고, 중국관계도 좋아지기를 기원하면 되고, 한미동맹도 다른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고 자기최면을 걸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문만 외워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정부의 모든 요원들이 일치단결하여 대응해도 북핵, 미중 충돌의 거대한 안보 쓰나미를 극복하기 어려운데, 주문만 외워서 어떻게 대응이 가능하겠는가.

정부에 대한 요구

필자가 말해도 듣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정부가 달라지는 방법 밖에 없기에 이 기회를 통하여 요구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현 안보상황의 심각성을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인식한 상태에서 전문가들을 총동원하여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가능한 다양한 대안들을 식별하여 조치하라. 모든 정부부처를 망라하여 위기대응팀을 구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현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하도록 하면서 대안을 발견하여 건의하도록 하라.

둘째,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북핵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라.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한 상황에서 수도 서울을 기습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즉각 대응태세를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발견하여 철저하게 보강하라. 정부가 북핵 걱정을 많이 할수록 국민들은 걱정을 덜하게 될 것이다.

셋째,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방위비 분담 등 사소한 사항을 조기에 타결하는 등으로 한미동맹관계도 강화하고, 동시에 한중관계에도 다양한 채널을 열어둘 수 있도록 노력하라. 필요시 북한과도 소통하여 대리전쟁이 한반도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진력하라. 그럼에도 극단적인 상태에서는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것 이외에 한국의 안전을 보장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도 유념하라.

넷째, 과거사의 집착에서 벗어나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상황이 험악해질 경우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는 것 아닌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대리전을 하고자 할 경우 일본과라도 협력하여 이것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에서 벗어나 이성으로 한일관계를 강화하라.

다섯째, 국민들에게 현 안보상황에 대한 평가와 대응책을 수시로 보고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은 우리의 현 안보상황이 어느 정도 불안한지를 알 권리가 있다. 이를 통하여 국민적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총력안보태세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 육성에 더욱 노력하라. 장병들의 생활향상도 중요하지만 군대의 본연의 임무는 외침이 있을 때 이를 물리쳐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전투 위주 군대를 보장하고, 군 지휘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필요하다면 군의 전투준비태세를 직접 점검하라.

대통령의 책무를 유념해야

대한민국 헌법 제66조 2항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이라는 대통령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무 중에서 이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에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래서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의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어떤 일보다 이에 충실해야 할 것이고, 정부도 대통령이 이 책무를 더욱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지원해야 할 것이다.

소련 공산주의의 실천가인 트로츠키는 말했다. “여러분은 전쟁에 관심이 없지만, 전쟁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다(You may not be interested in war, but war is interested in you)”고. 현 정부와 정부의 주요인사들은 걱정하지 않더라도 북한은 남한을 정복하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 간의 충돌이 한반도에서 대리전쟁의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정부는 제발 안보에 더욱 집중적인 관심을 쏟기 바란다. 국민들에게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국민 스스로 편안하게 쉬어도 되겠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국가안보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요구한다.

 


원문보기: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0/08/03/20200803002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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