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포럼>윤희숙 발언 공감은 與 독단에 경종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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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 출범 시 대통령은 부동산만은 꼭 잡겠다고 선언했고,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 있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집권 4년 차까지 무려 22회에 걸친 각종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긴커녕 오히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더 높였다. 급기야 4일에는 23번째인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을 내놨지만, 즉각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값을 기준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동안 25%가 올랐다. 하지만 문 정부에서는 불과 3년 만에 무려 52%나 폭등했다. 그러자 176석의 거대 의석을 확보한 제21대 국회에서는 여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든 절차를 생략한 채 임대차 3법을 전격 개정했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은 전월세 의무 신고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 임대료 5% 인상 상한제를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정부·여당은 임대인의 과도한 인상으로부터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고, 부동산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책 의도가 좋다고 그 결과도 반드시 좋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만일 그랬다면 지금까지 그토록 많은 부동산정책을 반복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정법이 전세제도의 소멸을 가속화해 임차인의 부담이 커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의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래서 서민의 주거 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개정 법이 시행되자마자 시장에서는 벌써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있고, 임대차 계약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4년 뒤에는 대부분이 월세나 반(半)전세로 전환돼 세입자의 주거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세대는 주거비용이 증가해 결혼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인구절벽의 위기는 가속화할 것이다. 게다가 서울 강남의 부자 임차인들까지 두텁게 보호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난 7월 30일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차분하고 논리적이며 호소력 있게 연설을 잘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잠재적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이를 전혀 논의하지 않고 통과된 임대차보호법의 위험성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 국민의 공감을 샀기 때문이다. 부동산 임대차 관련 정부 정책의 변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과거에도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위험에 대비할 생각은 없이 윤 의원이나 전문가들을 비난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몇 번을 반복해 들어봐도 윤 의원의 주장은 개정법이 임차인 보호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임대인을 지나치게 압박해서 시장 자체를 붕괴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한국인에게 집은 단순한 거주공간을 넘어 평생 노력의 결집체이며, 부동산정책은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가 적용될 수 없는 의제다. 전문가나 윤 의원의 경고는 고금리 시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태어난 전세제도가 임대차 3법 개정을 통해 급속히 소멸될 경우, 그 피해를 오롯이 서민들이 받을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일 뿐이다. 백 보 양보해서 임대차 3법에 대한 정부·여당의 주장이 옳다면 임차인이 지금보다 안심하고 오랫동안 적정 비용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정부·여당은 독단으로 부동산법을 개정해 세입자들을 더 어려움에 빠지게 만든 책임을 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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