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참 나쁜 소식… '개성공단 폐쇄' / 안드레이랑코프 (교양과정부) 교수 | |||
---|---|---|---|
북 개방시킬 유일한 창구 삐라 중단이 차라리 나아 개성공단 폐쇄가 거의 불가피해 보인다.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달리, 개성공단과 같은 사업은 북한 지배계층의 의식에 영향을 미쳐서 그들이 개혁과 개방에 나서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개성공단과 개성시내 관광은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일할 기회까지 많이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북한 개혁·개방의 희망 중 하나다. 이 자발적인 인간 교류는 북한 주민들에게 어용 선전의 허구성을 어떤 것보다 잘 보여주어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체제에 대한 비판 의식이 형성되도록 한다. 개성공단은 또 북한 노동자들이 현대 기술과 현대식 생산에 대해서 배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만간 시작할 북한 경제 복구의 준비기간과 같은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 독재정권에는 개성공단이 삐라 살포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민주화와 경제 재생을 바라는 사람들은 삐라살포와 개성공단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면 당연히 개성공단을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는 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사회 경향을 보면 개성공단은 지극히 예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2004년 이후 북한 정책의 논리와 전략을 분석해 보면 평양 당국자들이 1990년대 중엽부터 자생적으로 발생했던 경제의 시장화를 단속하고 기근 때 약해졌던 사회 통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의 목표는 김일성 시대에 있었던 스탈린주의적 사회의 재생이다. 이 같은 경향을 입증하는 현상은 많다. 2005년의 배급제 재개, 2006년 남자들의 시장 장사 금지, 2007년 50세 미만 여성들의 장사 금지 등이 이를 잘 말해준다. 국경경비의 강화, 그리고 비사회주의 활동에 대한 검열도 같은 의미가 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개성공단의 유지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위협을 보면 이제 개성공단의 짧은 역사도 곧 끝날 것 같다. 북한 당국자가 개성공단 중단을 위협했을 때는 이중적인 목표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으로, 국내적으로 약해졌던 감시와 통제를 재강화하는 정책을 실시하려니 자신들의 체제에 도전하는 지식과 정보의 발생지인 개성공단을 그냥 놔두고 볼 수가 없다. 남한 측이 노무현 대통령 시대처럼 아무 조건 없이 양보와 지원을 지속했다면 북한 측은 얼마 동안 개성공단과 같은 사업을 견딜지 모른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시대에는 이 같은 양보와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또 부드러운 대북 정책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선출돼 당분간 미국에서 지지를 얻을 희망을 갖게 됐으므로 남한에서 나오는 지원이 옛날만큼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평양 당국자들은 대북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삐라 문제를 핑계로 이명박 정부에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책임은 대북 협력과 교류 확대를 자신의 특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북한 권력자들에 있다. 그러나 평양 전략가들에겐 다른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 만약 서울 정부가 그들의 협박에 굴복해 민주정치의 기본 원칙을 무릅쓰고 삐라 살포를 중지시킨다면, 평양 정권은 개성공단을 남한의 약점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 약점을 교활하게 이용해 보다 더 받기 어려운 요구를 계속 제안하기 시작할 것이다. 회담을 할 때에 양보는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 남한의 양보는 더 많은 압력과 협박만 가져올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참 나쁜 소식이다. 이는 북한의 살인적인 독재를 강화하고 서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한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는 매우 합리적인 조치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20047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