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공기업 감사의 도덕적 해이 / 홍성걸 (행정) 교수 | |||
---|---|---|---|
공기업 감사들의 남미 혁신 세미나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들은 ‘혁신 세미나’를 통해 ‘배우고 느끼기 위해’, 그리고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알아야 한다’는 충심(?)에서 열흘 동안 남미 국가를 방문하려 했다는 것이다. 왜 하필 남미냐는 질문에는 유럽이나 미국은 이미 다녀 온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대답한다. 하기야 비좁은 일반석을 타고 가야 하는 보통 사람과는 달리 넓은 비즈니스석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서 날아가는 이들에게 30시간이 아니라 3일인들 뭐 그리 대수겠는가. 그나마 아프리카에 가서 혁신을 배운다고 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공기업 감사 자리를 집권세력의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정치권이 문제다. 정권 창출에 공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으려 하고, 정권 말기로 갈수록 장관직이나 기관장 등 눈에 띄는 자리보다는 하는 일은 별로 없으면서도 임기가 보장되고 기관장 이상의 대우를 받는 감사 자리에 눈독을 들인다. 집권세력이 정치적 보상의 수단으로 공기업 감사 자리를 활용하는 한 이들에게 감사로서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둘째, 공기업 감사에 임용되는 사람들이 그 직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성은 물론 공직자로서의 기본 소양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 정치적 협상과 투쟁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감사직을 수행하기 위한 공직자로서의 윤리의식이나 최소한의 전문성 등은 거의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그들은 애초부터 정치적 보상을 원했기 때문에 청렴성이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경영진도 감사와의 갈등을 원하지 않기에 오히려 전문성 없는 정치인을 선호한다고 한다. 결국 공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애꿎은 국민만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기업 감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길은 민영화뿐이라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것도 궁극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정치권의 문제는 낙하산 인사를 제한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의 임용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실적 중심의 인사가 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감사로서의 전문성을 입증할 기준을 마련해 이를 충족시키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임용하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공기업 감사의 활동을 외부에서 평가하거나 감사해 도덕적 해이를 막고 감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 차제에 하는 일에 비해 고액 연봉과 판공비, 개인비서와 운전사 제공 등도 그 필요성을 검증해 과감히 줄여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감사로 임용되는 사람들의 공직자 기본 소양과 윤리의식이다. 이것만은 어떤 제도를 만들더라도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공기업 감사 스스로 국민을 대신해 공기업을 감시·감독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번 사태가 앞으로 공기업의 감사는 물론 모든 공직자들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윤리와 소명의식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원문보기 : http://www.segye.com/Service5/ShellView.asp?TreeID=1052&PCode=0007&DataID=20070521152300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