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환경칼럼] 지금, 우리의 숲이 위험하다 / 전영우 (산림자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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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은 강건했다. 간만에 내린 함박눈까지 뒤집어쓴 나무들의 바다(樹海)는 장관이었다. 조림왕(造林王) 임종국 선생이 평생에 걸쳐 만든 전남 장성의 편백과 삼나무 숲을 동료들과 거닐면서 숲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되새겨봤다. 나무를 심은 한 개인의 불굴의 의지 덕분에 궁핍하고 황량했던 곳은 50년 만에 녹색세상으로 변했고, 오늘날은 숲을 누리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찾아봐야 할 명소가 되었다. 우리의 숲은 임종국 선생과 같은 앞선 세대가 쏟은 각고의 노력 덕분에 복구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수탈되고 6·25전쟁으로 헐벗은 국토를 푸르게 복구하고자 온 국민이 합심하여 나무를 심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제3세계의 여러 나라에 한국의 산림녹화 사례를 본받게 권하고, 미국의 월드워치 창설자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우리의 산림녹화를 세계의 성공작이라 평했다. 산림녹화의 혜택은 세월에 따라 조금씩 변했다. 석유와 가스를 감당할 수 없었던 가난했던 시절에 우리 숲은 난방과 조리에 필요한 임산연료 창고였다. 산업화의 여파로 전 국토가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으로 몸살을 앓을 때, 숲은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을 제공하는 거대한 자연정화 장치였다. 오늘날은 세계화와 극심한 생존경쟁으로 강퍅해진 심성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공간이 되고 있다. 지난 한 해 자연휴양림을 찾은 사람이 500만 명을 넘어섰고, 국민의 40%가 매월 1회 이상 산을 찾는다는 보고는 오늘날 숲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잘 설명하고 있다. 숲을 찾는 사람들이 이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숲이 당면한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치사율 100%라는 소나무재선충병은 병을 옮기는 매개충을 솔수염하늘소에서 북방수염하늘소로 바꾸어 재선충병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믿었던 잣나무까지 고사시키고 있다. 남부지방에만 확산되던 재선충병은 이제 경기도 광주와 강원도 춘천까지 번져서 나라 전역의 소나무류와 잣나무를 위협하고 있다. 전염병을 거의 앓지 않던 참나무도 치사율 20%나 되는 시들음병의 전국적 확산으로 산림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소나무와 참나무에 대한 병충해의 확산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숲의 25%씩을 각각 구성하고 있는 대표 수종이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곤궁했던 시절에 앞선 세대가 나무를 심은 덕분에 오늘의 우리는 숲을 즐기고 누리면서 살고 있다. 상처 받은 영혼을 달래고,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평안을 숲에서 되찾고 있다. 이런 숲이 조금만 방심하면 우리 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교란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병충해의 발생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숲을 누리는 우리들이 병충해의 발생과 방제, 고사목의 불법 이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선 세대가 우리에게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오늘의 숲을 물려주었으면 우리도 내일의 세대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숲을 물려줄 책무가 있다. 1인당 국민소득 수백 달러일 때 만든 숲을 일인당 2만 달러라는 이 시점에 잃는다면 후세의 사람들은 과연 무어라 할까. 우리 모두 숲을 누리는 만큼 숲의 안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2/09/2007020900742.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