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에세이―김대환] 문화후원 / (음악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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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유학생이 그렇듯 유학 시절 집에 돈을 보내달라는 전화를 걸 때마다 부모님께 죄송스러워 입을 떼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의 교육 풍토 덕에 학비를 보내달라는 말은 뻔뻔하다 싶을 만큼 당당하게 요구했지만 방학 때마다 집에 가겠다며 비행기표 살 돈을 부탁할 때면 목소리가 작아지곤 했다. 그렇게 3년쯤 지났을까. 우연히 학교 게시판에서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PMF(Pacific Music Festival)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PMF가 작고한 지휘자 번스타인이 만든 오케스트라 캠프라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오디션에 통과하면 한 달 동안의 경비 전액 지원은 물론 미국에서 아시아까지 비행기표 값도 지원한다는 사실을 듣고는 집에 갈 여비를 마련할 생각에 혹시나 하며 원서를 제출했다. 마침내 합격 통지서를 받고는 비행기표 값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로또라도 당첨된 듯 좋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캠프 참여가 나에겐 2차적 목표이긴 했지만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는 PMF의 엄청난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센바흐나 마이클 틸슨 토마스 같은 명 지휘자는 물론 빈 필과 베를린 필의 수석들이 2주씩 교대로 지도를 해주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실내악 연주회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깨끗한 기숙사와 다국적 학생들을 고려한 뷔페 식사까지. 주최측에서는 세심한 부분도 배려해 주었다. 아시아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 온 학생도 많았으니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집행됐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PMF에서 얻은 음악적 경험은 이후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일본의 여러 도시를 순회공연했는데 당시 일본 문화 체험은 외국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되었다. 캠프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은 아마 이를 계기로 일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음악을 전공하다보니 언제나 기업이나 지역사회 혹은 정부의 후원을 바라는, 조금은 염치 없는 자리에 있지만 그 후원의 효과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기대 이상일 거라 확신한다. 최근 들어 기업들의 접대문화가 공연장 관람 같은 문화적인 측면으로 바뀌고, 국제적 규모의 음악제가 개최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의 바람이 분다. 음악인으로서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원문보기 : http://www.kukinews.com/special/article/opinion_view.asp?page=1&gCode=opi&arcid=0920661273&cp=n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