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에세이―김대환] 기다림의 미학 / (음악학부) 교수

경쟁 사회에 살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압박감 때문인지 우리는 기다림의 여유를 점차 잃어버리는 것 같다. 30초 광고, 3분 뮤직 비디오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30분 이상 걸리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자극적이지 않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다 보니 30분에서 1시간을 버텨야 하는 드라마의 경우, 예전보다 소재며 대사며 지나치다 싶게 파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욕하면서 본다는 말이 생길 정도이니 탐닉의 결과를 알면서도 패스트 푸드에 계속 손이 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조금만 지루해져도 채널을 돌려버리는 사람들을 오도가도 못하게 객석에 앉혀놓고, 5분만 곁에 없어도 불안해지는 휴대전화를 꺼달라고 하고 어쩌면 졸리기까지 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라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정녕 무리한 요구일까? 솔직히 40여분이 넘는 교향곡의 경우, 클래식 전공자들도 객석에 앉아 있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30분 넘게 숨죽이며 기다리다 느끼게 되는 클라이맥스의 커다란 감동은 현란함에 잠시 혹하는 감정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 벅차다. 나 또한 운전하면서 라디오의 채널을 쭉 고정시켜 놓지 못할 정도로 참을성이 없지만 공연장 객석에 앉아 바깥 세상과 잠시 이별을 고하듯 휴대전화를 꺼놓고 여유 있게 음악 속으로 여행을 떠나다 보면 학생 때처럼 조금은 순수해진 나를 발견하곤 한다.

삶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요즘 들어 공연장들이 많이 생기고 각종 음악 공연이 기획되고 있다. 하지만 기획 공연의 대부분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유명한 곡이나 빠른 악장만을 선별해 최대한 지루함을 줄여보려 노력하고 있는 듯 보인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또는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이 혹할 수 있는 빠른 전개가 클래식 음악에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클래식과 같은 긴 호흡의 음악이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 빨리 클래식 저변 인구가 확대되어 많은 사람이 긴 기다림 후에 느끼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

슬로 푸드나 느리게 걷기 같은 운동처럼 클래식 듣기 운동이 일기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꿈일까.

원문보기 : http://www.kukinews.com/special/article/opinion_view.asp?page=1&gCode=opi&arcid=0920672110&cp=nv

목록